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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동메달이 보인다"|유고도 격파, 호 꺾으면 3∼4위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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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본사 특별 취재반】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23개 경기장 중 가장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잉글우드 시티의 포럼 농구 경기장은 30일과 31일 연 이틀 『코리아』의 함성으로 진동했다. 박찬숙을 비롯한 한국의 낭자군은 출전팀중 최단신임에도 장신의 캐나다와 유고를 잇따라 꺾어 당초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파란을 일으켰다.
연일 8천여 관중은 국적을 초월하여 한국팀의 세밀한 개인기와 조직력, 그리고 불타는 감투정신에 감동적인 갈채를 보냈으며 LA거주 한인들은 지금까지 각경기장을 통틀어 가장 많은 l천여명이 나와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한국여자농구는 지난 5월 쿠바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때 6위에 머물러 LA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가 소련·쿠바등 동구권의 대거 불참으로 뒤늦게 참가자격을 얻어 거의 관심권밖에 놓여 있었다.
조승연감독은 『마치 보궐생 자격으로 올림픽에 나오게 되어 선수들이나 임원들의 심리적 위축은 이만저만한 고통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때문에 우리 팀은 주위의 냉담한 시선을 호의적인 찬사로 바꾸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하며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팀은 앞으로 미국과 중공에는 과거 전적대로 역부족이 될지라도 프리올림픽에서 호주를 꺾은바 있으므로 동메달을 획득할 희망이 엿보이고 있다.
한국이 구기종목에서 올림픽메달권에 든 것은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의 여자배구밖에 없다.
이날 한국은 전반시작부터 최근 주요전술로 구사하는 세트 오펜스작전을 과감히 펼쳐 박찬숙이 공·수에 걸쳐 골 밑을 집중공략하고 김화순의 중거리 슛을 주무기로 착실히 득점, 리드를 잡아 나갔다.
팀기둥인 박찬숙의 분전 외에 김화순이 연속 2게임에서 중거리 외곽 슛을 신들린 듯 작렬시켜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전반을 27-24로 앞선 한국은 후반 들어 유고의 끈질긴 추격으로 시종불안을 보였으나 체력열세로 인한 페이스의 급전직하를 감안해 정신력으로 극복, 끝내 대세의 역전을 허용치 않고 승리를 지켰다.
김화순은 개인득점 21점, 이 12점, 박찬숙은 10점을 기록했다.
이날 포럼경기장엔 전날 캐나다전 때보다 약간 준 8백여명의 한인들이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으며 한국팀이 유고의 필사적인 추격으로 접전을 벌이다 불과 한골반차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서로 얼싸안고 웃으며 눈물지으며 감격으로부터 헤어날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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