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원의 골프 장비록] <8> 골프클럽의 무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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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참 마음먹은 대로 안 된다. 연습장에선 잘 맞다가도 막상 필드에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 맞는다. 연습 부족이긴 하지만 클럽 탓인 경우도 있다. 자신의 클럽 사양을 다시 한 번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도 타수를 줄이는 길이다. 오늘은 골프 클럽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스윙 스피드와 체구에 맞는 적정한 무게의 클럽을 사용해야 공을 잘 맞힐 수 있지만 정작 클럽의 무게에 대해선 정통한 골퍼가 많지 않다.

200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승승장구하던 박지은 프로의 아이언을 휘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스틸 샤프트가 꽂힌 아이언이었는데 얼핏 들어봐도 보통 묵직한 게 아니었다. 박 프로가 마치 젓가락처럼 다루던 아이언이었는데 내가 휘둘러보니 공을 제대로 맞히기 어려웠다. 이 때 내가 무겁다고 말하는 건 바로 골프 클럽 전체의 무게를 말한다. 클럽 헤드와 샤프트, 그립의 무게를 합한 값인데 골프용어로는 토털 웨이트(total weightㆍ총 중량)라고 부른다.

클럽 헤드의 무게는 번호가 높아질수록 7~8g씩 무거워진다. 샤프트 길이가 짧아질수록 헤드를 무겁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7번 아이언이 3번 아이언보다 1온스(약 28g)가량 무겁다.

그런데 같은 무게의 클럽이라도 무게를 헤드 쪽에 두느냐 또는 그립 쪽에 두느냐에 따라 스윙의 느낌이 다르다. 헤드 쪽에 무게 배분을 많이 하면 스윙을 할 때 클럽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여기서 나온 개념이 바로 스윙 웨이트(swing weight)다. 즉, 그립 끝에서 14인치 떨어진 점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배분된 무게의 비율을 수치로 표시한 걸 말한다. 스윙을 할 때 골퍼가 느끼는 헤드의 무게가 바로 스윙 웨이트인 것이다.

스윙 웨이트가 높을수록 스윙을 할 때 헤드가 무겁게 느껴진다. 스윙 웨이트가 너무 과도하면 스윙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비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스윙 웨이트가 낮을수록 클럽이 가볍게 느껴진다. 스윙 웨이트가 너무 가벼우면 헤드 감을 느끼기 어렵다.

골프 클럽을 피팅할 때는 여러 가지의 선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모든 클럽의 스윙 웨이트는 일정하게 하면서 토털 웨이트(총 중량)는 가볍게 해주면 스윙 스피드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대로 토털 웨이트는 똑같이 하면서 스윙 웨이트의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보통 일관성 있는 스윙을 위해 아이언의 경우 스윙 웨이트를 똑같게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부 클럽 메이커에선 롱아이언을 치기 쉽도록 하기 위해 롱아이언의 스윙 웨이트를 일부러 가볍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 시중에서 판매되는 클럽 가운데엔 스윙 웨이트가 들쭉날쭉한 경우도 적지 않다.

클럽 무게의 일관성을 측정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각각의 클럽 샤프트와 그립 무게를 더한 값을 헤드 무게로 나누는 것이다. 3번 아이언이건, 7번이건 이 수치가 같다면 스윙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스윙 웨이트에 과도하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2~3g 차이만으로도 스윙 웨이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참고로 A4용지 1장의 무게는 5g이다). 그래서 스윙 웨이트에 집착하기 보다는 자신의 스윙 스피드를 확인한 뒤 이에 맞는 클럽을 피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
핑골프 우원희 부장ㆍ강상범 팀장, MFS골프 전재홍 대표, 던롭코리아 김세훈 팀장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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