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후지쓰배 8강 韓·日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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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쓰배 세계대회 8강전이 6월7일 도쿄(東京)에서 열린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때문에 다른 국제기전이 올스톱된 상태에서 후지쓰배만이 예정대로 열리는 것은 16강전에서 중국 기사들이 모두 탈락한 때문이다.

본래 8강전은 베이징(北京)에서 열 계획이었다.

그런데 4월 초에 벌어진 1, 2회전에서 중국 기사들이 전멸하자 대국장을 바꿀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현재 중화권이 참여하는 대회는 아마대회까지도 깡그리 중단 상태다. 중국 기사가 한 사람이라도 살아 남았더라면 후지쓰배도 당연히 중단되었을 텐데 '한.일전'으로 치러지는 바람에 사스 폭풍 속에서도 유일하게 열리는 국제바둑대회가 되었다.

대진표는 이창호9단-왕리청(王立誠)9단, 유창혁9단-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 이세돌7단-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 송태곤4단-다카오 신지(高尾神路)8단으로 짜여졌다.

한국이 국제대회 23연속 우승을 이어나가던 한달 전이라면 이런 구도를 보며 준결승에는 한국 기사가 4명, 못해도 3명 정도 오를 것으로 자연스럽게 예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오키나와(沖繩)의 CSK배에서 한국이 일본에 1승4패로 패하며 단체전 우승컵을 내준 뒤 상황은 변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나 불과 한달이 흐르면서 한국과 일본의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오키나와 대첩'이후 팬들의 성원이 쏟아지면서 자신감이 크게 올라간 상태다. 이번 후지쓰배에서 확실히 일어서자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한국은 기분파적인 요소가 짙은 이세돌7단이 오키나와의 패배에 심적 부담을 느끼면서 슬럼프 조짐을 보이는 것이 부담이다.

KT배에서 우승한 유창혁9단과 '승률 1위'의 송태곤4단은 요즘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이창호9단도 여름이면 더 강해지는 사람이지만 그들 역시 오키나와에서 쓴맛을 본 터라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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