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재림을 풍자, 해변공연장 폭소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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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찌는 복더위가 한반도를 몸살나게 하던 지난 23일, 해질 무렵. 동해안의 낙산기슭에 예수가 재림했다』
이건 연극 『우자 알버트』 (Woza Albert)에 관한 얘기다. 「우자 알버트」는 아프리카토속어로 「일어나라 알버트여」라는 뜻. 「알버트」는 이제 고인이 된 남아공화국의 흑인민권지도자 「알버트·루주리」를 가리킨다.
23일 저녁, 우리극단 「마당」이 마련, 동해안 낙산 밑에서 벌어진 『우자 알버트』시연회엔 이 동네사람, 휴가차 온사람등 1백여명이 지켜봤다. 시종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다. 팽팽히 당겨진 긴장의 시위끝에 피어오르는 폭소. 고발과 풍자의 난비가 그들을 묶어놓았다.
이 연극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궁금해하는 한 부위를 건드리고 있다.
『만약 지금 이땅에 예수가 재림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20세기의 검은 성서」라는 이 작품은 남아공의 극심한 인종차별을 주제로 하고 있으나 좀더 세밀히 뜯어보면 현대인의 수치심에 대한 몰지각을 경고하고 있다. 예수 재림을 우화적으로 끌어들여 어느 사회에도 통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기왕의 『아일랜드』류를 한단계 올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출가 김상렬씨는 『아프리카 토속성이 극히 강해 우리 상황에 맞게 번안·연출하는 작업이 꽤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말로 단 제목 『까만 원숭이와 하얀 당나귀』는 상징적이다. 극중에서 『우리는 하얀 놈들의 까만 원숭이일 뿐이야』란 독백이 자주 튀어나온다. 출연 이창동·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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