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한자성어(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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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의 와중에 부녀자와 어린이의 희생이 컸다. 단란했던 가정이 폭격으로 하루아침에 뿔뿔이 흩어지고 국립박물관의 문화재가 약탈당하는 등 문자 그대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났다."

이 '풍비박산'을 흔히 '풍지박산'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틀린 말이다. '풍비박산'이란 바람을 타고 날아 흩어지고, 우박처럼 깨어져 조각조각 부서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나도 제대로 있지 못하고 모든 게 사방으로 날아 확 흩어지는 게 바로 풍비박산이다. 준말은 '풍산(風散)'.

이러한 한자성어나 고사성어를 잘 부려 쓰면 전하려는 상황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 그런데 발음에 이끌려 성어(成語)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잘못 쓰인 예1:"회사 입장에서 보면 절대절명의 좋은 기회를 잡았다."

'절대절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절체절명(絶體絶命)'도 마찬가지다. '절체절명'이란 몸이 잘라지고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어찌할 수 없이 절박한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절대로'라는 어감에 이끌렸는지 '절대절명'으로들 잘못 쓰고 있다.

#잘못 쓰인 예2:"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해 남은 50일 동안 주야창창 달려 가야만 했다."

'주야장천(晝夜長川)'을 '주야창창'으로 잘못 쓰고 있다. 주야장천은 '쉬지 않고 밤낮으로 늘'이라는 뜻이다. 형용사 '창창하다'를 떠올렸는지 '주야창창'으로들 많이 쓴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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