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수다] 초등논술방-과학자이기 전에 인간으로 지켜야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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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초 5>

나는 '과학 업적과 도덕적 양심' 중 과학자에게 더 소중한 것은 도덕적 양심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과학 업적을 위해 도덕적 양심을 버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나중에는 막중한 후회감과 좌절감에 빠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자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의 경우, 그가 만든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돼 히로시마의 인구 20만 명 중에 14만 명이 죽고 말았다. 즉 인구의 3분의 2 정도가 죽었다는 소리다. 그래서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만든 원자폭탄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크게 후회했다. 물론 그 또한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과학기술이 나중에 잘못 사용되자, 책임감을 느꼈던 것이다. 과학업적도 중요하지만 그런 양심적인 과학자가 더 존경받을 수 있다.

또 요즘 우리나라에서 크게 이슈가 되는 '황우석 줄기세포 논란'에서는 황우석 박사가 자신의 과학 업적이 높이 평가받고 전 세계적으로 난치병환자들의 영웅이 될 거라는 욕심이 생겨 거짓말을 하고 논문을 딴사람에게 거짓된 논문으로 제작하게 해, 난치병 환자들에게 영웅이 되었다가 줄기세포가 거짓으로 밝혀져 진실공방을 하는 중이다.

아무리 자신의 과학 업적이 뛰어나다 해도 나는 과정에서 양심과 도덕을 버리는 행위는 언젠가 들통나고, 과학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도리에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 총평

노만수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

논리 일관적 … 문장은 더 다듬어야

주장을 도입부에서 밝히는 두괄식 얼개는 'A(과학 업적) 아니면 B(도덕적 양심)' 양자택일식 찬반 논제에서 '주장 드러내기'에 아주 효과적이다. 논리전개부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대고 결말부에서 주장을 재강조하는 등 글의 얼개가 잘 짜인 게 돋보인다. 그런데 세 번째 문단(또 요즘~진실공방을 하는 중이다)이 단 한 문장으로 쓰여져 논증 과정이 산만해졌다.

논술은 길고 화려한 문장보다는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깔끔하고 간결한 문장일수록 좋다. 두 문장으로 다시 고쳐보기 바란다.

'나는 ~라고 생각 한다'는 표현도 토론 때 어린이들이 자주 쓰는 '저는 ~에 대해서 ~라고 생각합니다' 식의 구어체 말투다. 주장 글인 논술은 자기 생각이라고 밝히지 않아도 된다. 첫 번째 문장을 '과학 업적과 도덕적 양심 중 과학자에게 더 소중한 것은 도덕적 양심이다'라고 써도 괜찮다.

'과학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것을 지켜야 한다'는 논지의 일관성을 잃지 않고 글의 얼개를 잘 짜 좋지만, 깔끔하고 명료한 문장에서 실수를 하면, '작은 것(문장)' 때문에 '큰 것(논술의 완성도)'을 잃는 꼴이다.

노만수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

*** 다음 주제는 '절대반지'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초등논술방에 글을 올려 주세요. 매주 30명을 골라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강사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 다음 주제=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원정대는 '악(惡)'을 가져올 수 있는 절대반지를 영원히 없애기 위해'악의 무리'와 전쟁을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우연히 절대반지를 주웠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우선 쓰고, 보기 글 ㉮와 ㉯를 참고해 인간이 절대반지와 같은 엄청난 힘을 갖는 게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논술하세요. (600자 ±100) *보기 글 ㉮와 ㉯ 는 '우리들의 수다'의 '초등 주제글 보기'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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