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세척기+오븐+레인지, 붙박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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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사업부문 사장은 7일 ‘셰프 컬렉션 빌트인’ 제품으로 시장 1위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사진 삼성전자]

‘주방’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주방 가전 기기들이 ‘프리미엄’이란 옷으로 속속 갈아입으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아예 이 주방 가전 시장을 겨냥해 세계 최고 요리사들과 손을 잡았다.

 주방에 필요한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전자오븐과 전기레인지까지 하나의 스타일로 묶은 ‘셰프 컬렉션’이다. 파는 방식도 달리했다. 붙박이형 가전(빌트인)으로 묶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7일 오전 11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윤부근(62)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했다. 잿빛 앞치마를 두른 뒤 그가 향한 곳은 요리사들이 있는 요리대. 윤 사장은 다니엘 블뤼와 크리스토퍼 코스토프와 같은 유명 요리사들과 옆에 서서 요리를 시작했다. 더러 이들 셰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40분에 걸쳐 요리 시연을 했다.

 90년대 이후 냉장고와 식기세척기와 같은 주방용 가전제품은 반도체처럼 ‘돈을 쓸어담는’ 사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주방은 새로운 공략처로 부상했다. 실제로 가구회사인 이케아의 미국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조사(2013년) 결과에서도 달라진 ‘주방’의 위상이 드러난다. 거실은 TV를 보고(80%) 쉬는 정도의 용도로 활용되는 반면, 주방에선 요리 외에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소셜활동(35%)을 하거나 휴식(6%)을 취하고, 책을 읽는(5%) 공간으로 중요성이 높아졌다.

 주방의 활용도가 높아지다보니,이 변화에 맞는 가전제품들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건 지난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셰프 컬렉션 냉장고다.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 안내서로 유명한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가 인정한 스타 요리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최대 700만원대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냉장고였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착안에 아예 빌트인 전용 제품을 개발해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윤 사장은 “주방은 함께 요리를 즐기며 소통하는 우리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런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요구를 고민해 삼성 셰프 컬렉션 빌트인으로 기존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택 분양 시장 개선 전망과 재건축 활성화,키친 리노베이션 수요 증가 등의 추세에 힘입어 국내 빌트인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자신감도 내비쳤다. “셰프 컬렉션을 바탕으로 올해를 국내 빌트인 사업 확대의 원년으로 삼아 2018년까지 빌트인 시장을 2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국내 시장 점유율 60%란 목표치도 제시했다.

 그는 “유럽 빌트인 시장은 기존 유럽 (가전)회사들과 경쟁이 가능할 지 의구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추진을 못한 게 사실”이라며 “셰프 컬렉션 풀라인업을 갖춰 유럽과 미주 시장에 제대로 들어가 최강자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선보인 셰프컬렉션 빌트인 제품들은 은은한 빛이 감도는 스테인리스 재질로 구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냉장고(343L)로 기존 빌트인 제품보다 저장 용량을 30% 이상 높였다.윗 부분은 냉장기능을, 아랫부분은 냉동기능을 넣었다. 온도 편차를 0.5도 내에서 관리할 수 있는 ‘셰프 모드’ 기술이 적용됐다. 가격은 시리즈에 따라 120~190만원 선. 셰프컬렉션 전기오븐은 100도가 넘는 초고온 미세 증기를 오븐 안에 빠르게 뿜어 음식을 익혀주는 ‘고메 베이퍼’ 기술이 쓰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을 낼 수 있는 이 제품은 249만원.셰프 컬렉션 인덕션 전기레인지(249만원)는 가상 불꽃을 LED(발광다이오드)로 표시해 요리를 하고 있는지, 화력은 얼마나 되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식기세척기(249만원)는 강한 수압으로 물이 세척기 내부 벽과 천정에서 아래로 쏟아지도록 한 ‘워터월’ 기술을 채용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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