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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회는 '주민 사랑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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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교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사랑이 모이고 사랑을 전파하는 곳이다. 만인이 기도하는 곳인 교회는 그렇기에 섬기는 사람들의 회당이 된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공공의 재산인 것이다.

교회가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 시설로 이용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교회 건물을 주님의 뜻대로 사용하자는 청지기 정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교회 초기의 아름다운 전통이기도 하다. 선교 초창기 교회는 교육공간이자 마을회관이었다. 신도들만의 성전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종교시설 이용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종교시설 이용에 관한 신학적 접근'을 이정구 신부(성공회대 교수)가, '건축학적 입장에서 본 종교시설 이용'을 정시춘 정주건축연구소장이, '종교시설 이용 사례'를 최정의팔 목사, 이정호 인터넷신문 에큐메니안 기자가 각각 발제했다.

이정구 신부는 "다윗도 제단의 사제만이 먹을 수 있는 거룩한 빵을 사제가 아닌 사람들에게 분배를 했다. 예외가 있다면 오직 교회를 장사하는 강도의 소굴이 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전 정화이며 교회와 이웃을 동시에 지키게 되는 것"이라며 교회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이 신부는 따라서 "세속사회의 상가 안에 지속적으로 세워지는 군소 개척교회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고무해야 한다. 탓 할 것은 이 많은 영적인 공간들이 화장실 자물쇠를 채우고 있는 현실"이라며 "세속사회에 이런 작고 큰 성소가 문을 열 때 세상은 그만큼 정화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건축가 정시춘씨는 교회 건물 활용이 유아, 청소년, 노인 등의 교육, 복지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봉사적 사명과도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카페 같은 휴게실, 사랑방 같은 노인 시설, 성가대 연습실을 전용한 음악감상실, 소극장처럼 이용 가능한 예배실, 운동 시설을 갖춘 교회 마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정의팔 목사(서울 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와 이정호 기자는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교회 건물 활용의 다양한 경우를 소개했다.

첫째 교회건물 전체를 개방하는 세 곳을 들었다. 빈민촌에 세워진 돌산교회는 주일 오전 예배를 드리는 것 외에는 전적으로 아동 청소년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 문제를 사목의 주목적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또 안산희망교회는 노인들의 휴식처로 자리잡았다. 마을사람들의 자발적 봉사를 유도하며 주 2~3회 밥상모임을 갖는다. 또 청암교회는 주일 예배를 빼고는 외국인노동자의 공부방으로 건물을 이용한다. 한글교실,컴퓨터교실 등이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둘째 교회 일부를 개방하는 곳으로는 부산진교회.광동교회.광명중앙교회.정동제일교회 등을 소개했다. 부산진교회는 저소득층 자녀의 과외교실을, 광동교회는 담장을 허물고 녹색 쉼터를 조성해 주민들에게 '작은 공원'을 제공했다. 광명중앙교회는 서예.그림.장고.외국어 회화.탁구 .축구.꽃꽂이 등 20여개의 문화강좌를 개설했고 정동제일교회는 주변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 음악회로 봉사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한 건물을 별도로 건축한 교회들도 함께 소개했다. 수도교회의 경우 '사랑의 학교'란 건물을 교회 앞에 세우고 심신장애우에게 치료사목을 펼치고 있다. 새안산교회는 스쿼시장.수영장 등의 레포츠 시설을 갖추었다. 머릿돌교회의 경우는 처음부터 교육 문화 복지 공간으로 지어졌다. 9층의 큰 건물인 이 교회는 3, 4, 5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시장, 도서관, 소극장, 외국인 게스트하우스, 예식장 등으로 구성됐다.

백도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교회는 예배를 드리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집회하는 집,학습하는 집"임을 상기시키며 교회 건물의 공공성은 시대적 추세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헌익 문화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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