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투자실적 비교해보니 … 외국인이 확실히 '고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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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 활황으로 투자자들이 대체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지만 실속을 가장 많이 챙긴 것은 외국인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20일까지 외국인 매매가 거래소 총 매매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9%로 지난해보다 1.6%포인트 줄었다. 뜨겁게 달궈졌던 증시 분위기에 비하면 외국인 매매는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셈이다. 반면 단기에 주식을 사고 판 개인 투자자는 전체 매매의 60.4%를 차지했다.

그러나 증시는 차분했던 외국인의 손을 들어줬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2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105.6%로 개인들이 주로 투자한 종목의 상승률(68%)을 크게 웃돌았다. 기관 투자자가 공을 들인 20개 종목은 평균 71.3% 올랐다.

외국인은 큰 폭으로 주가가 오른 국민은행.LG카드.신한금융지주 등 금융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그러나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한진해운.삼성SDI.SK.SK텔레콤.동국제강)은 주가가 오히려 연초보다 내렸다. 외국인이 주로 내다 판 20개 종목은 평균 55.5%로 상대적으로 덜 올랐으나, 개인이 집중 매도한 20개 종목은 157.7%나 올라 뒤늦은 후회를 하게 했다.

코스닥에선 더 극명하게 희비가 갈렸다.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종목당 500억원어치 이상의 돈을 쏟아부었던 8개 종목은 무려 623.7% 올랐다. 그러나 개인이 집중 투자한 3개 종목은 코스닥 활황에도 주가가 오히려 29.58% 내렸다.

외국인은 코스닥 '대장주' NHN을 비롯한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우리이티아이.씨디네트웍스.플랜티넷 등 신규 상장 종목에도 관심을 보였다. 외국인이 500억어치 이상 순매도 한 종목은 44.8% 하락한 반면 개인이 판 종목은 701% 올랐다.

이런 전략으로 외국인은 올해 증시에서 시세 차익과 배당, 평가액 상승 등을 통해 약 82조원의 평가 이익을 기록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신중하게 주식을 사 목표 수익에 도달할 때까지 보유한 뒤 팔아 고수익을 낸 반면 개인들은 매매만 잦았을뿐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주가에 대한 외국인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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