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평화적 해결 최종결론 못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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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북한의 핵무기와 핵 관련 물질이 테러리스트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첫째이고,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는 문제는 그다음이 됐다."

제럴드 커티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정치학)는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9.11 테러로 미국의 한반도 안전보장에 관한 정의가 바뀌었다"면서 "북한 핵문제는 1994년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컬럼비아대 한국 동창회 초청으로 지난 25일 방한한 커티스 교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일본 정치 전문가다.

-최근 한.미, 미.일 양국이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합의했지만 상황 악화시 강경 대응할 여지도 남겨 놓았다. 미국 내 분위기는 어떠한가.

"한.미.일 3국이 현재로선 북핵 문제에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평화적 해결은 정책이 아니라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의 내용, 다시 말해 어떻게 해서 평화적 해결을 할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미국 내에선) 아직 강온파 간에 최종적인 결론이 나지 않은 것 같다. 중국과 러시아는 무력행사를 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그 옵션을 테이블에서 내리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는 이라크와 상황이 다른 만큼 무력행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나,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 구도와 관련해 북한은 북.미 양자대화를 바라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한.일 양국도 포함된 다자대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자, 다자대화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형식을 취하더라도 다자대화 속에서 양자 교섭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면 다자회담에 응해 그 속에서 미국과 교섭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다자회담 원칙에서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결정 과정에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큰 영향을 미치고있다는 분석이 많은데.

"네오콘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시 행정부 내에 네오콘은 거의 없다. 딕 체니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신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원래 보수주의자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네오콘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지금의 부시 정권을 뒷받침하는 것은 네오콘만이 아니라 보수주의자 전체다. 9.11 테러가 난 만큼 민주당이 집권했다고 해도 현재의 대북 정책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달 초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한다. 일본 전문가로서 조언할 것이 있다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평화적 해결과 추가적 조치라는 공통의 정책 틀이 생겼다고 본다. 이번 방일은 盧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일본에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의 입장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일본의 여론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여론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 문제에 대해 유동적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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