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의혹' 해명] 野 "의혹 안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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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격이다."

한나라당은 28일 노무현 대통령이 친형 건평(健平)씨의 부동산 문제를 해명한 것에 대해 의혹만 키웠다고 했다.

김문수(金文洙)의원은 "盧대통령이 생수회사 장수천, 생수 판매회사 오아시스워터를 인수하거나 설립한 뒤 대리인으로 안희정.선봉술(전 운전기사).홍경태(전 후원회 사무국장) 등을 내세웠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등 그외 의혹에 대해선 석연치 않은 해명과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몇몇 거래에선 범법 의혹도 제기했다.

◆"盧대통령이 수사 대상"=盧대통령은 이날 1996년 11월 장수천을 인수했고, 99년 "판매로 승부 보겠다"며 오아시스워터를 설립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安.宣씨를 투입했고, 필요한 자금 조성에 나섰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오아시스 워터 대표였던 안희정씨가 나라종금 등으로부터 받은 3억9천만원에 대해 盧대통령이 알고 있었거나 전달받았을 것이라고 한나라당은 주장했다.

김문수 의원은 이와 관련, "盧대통령은 자신 부부가 생수회사 대주주고 安씨가 생수회사 대리인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이는 결국 나라종금 돈이 盧대통령에게 직접 제공됐고 법률적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검찰 수사 대상은 安씨가 아닌 盧대통령이란 주장이다.

盧대통령이 97년 장수천 설비 마련을 위해 한국리스여신에 대출을 연장토록 한 게 압력이었는지도 쟁점이다. 盧대통령은 "그야말로 백수였다"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그때도 유력 정치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범법 사실 드러났다"=盧대통령은 이날 "위법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盧대통령은 이날 진영읍 상가부동산에 대해 지난해 "90년대 이후 쭉 소유했다"고 한 발언을 번복하고 "(장수천 투자 이후) 그냥 형님 앞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장수천 투자는 97년 이후에 이뤄졌고 담보로 제공된 것은 이보다 뒤인 99년의 일이다. 따라서 盧대통령은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된 95년 7월부터 최소한 97년까진 이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돌려놨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 부분이 부동산 실명법 위반이라고 말하고 있다.

盧대통령은 건평씨의 처남 민상철씨 명의로 된 거제시 구조라리 땅과 인척뻘인 백승택씨 명의의 진영 임야를 건평씨의 것이라고도 했다. 마찬가지로 실명법 위반이라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한편 盧대통령은 "(진영 상가부동산 외) 다른 재산은 모두 형님 것"이라며 자신의 은닉부동산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재산이 1억원밖에 없다"는 '농민' 건평씨가 80년대 이후 어떻게 수많은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었는지 해명하지 않았다.

김문수 의원은 "현지 주민은 건평씨가 밭 한 뙈기 짓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며 "그럼에도 건평씨가 어떤 자금으로 부동산을 거래하고 이 과정에서 미등기 전매로 추징까지 당했는지 전모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영선 의원은 "盧대통령이 투기자금줄 아니냐"고 따졌다.

◆"호의적 거래는 특혜"=盧대통령이 대선 뒤 장수천 빚 청산과정에서의 일부 지인의 땅거래에 대해 '호의적 거래'라며 자세한 내용을 밝히길 거부한 데 대해 김문수 의원은 "盧대통령이 주선했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 코드론 권력형 특혜"라고 비판했다.

이어 "盧대통령의 해명만으론 (빚 청산에 사용된 돈이) 대선자금인지, 거래자금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盧대통령이 호의적으로 거래했다던 부산지역 유력기업인 박연차(朴淵次)태광실업 회장이 최근 골프장 허가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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