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자와 소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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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목사·신부등 교역자들에 대한 소득세 부과가 논의되고 있다.
정부의 구상으로는 현행 소득세법상 이들 교역자들이 실질적인 정액 소득자이고 세법상의 면세대상이 아닌데도 현실적으로는 근로소득세를 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종교법인의 재산이라 해도 그것이 사실상 종교활동과 연관 없는 부동산 거래일 경우 양도세등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도 아울러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논의의 제기를 보고 새삼스러운 느낌을 갖게 된다. 현행 소득세 구조가 완벽한 것은 아니라 해도 오랜 기간의 운영경험과 여러 차례의 개정으로 상당수준까지 근대화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정밀해져 오히려 형평을 잃는 경우조차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세법구조에서 교역자들에 대한 과세문제에 현실적인 애매함이 개재되어 있었다는 것은 얼른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 애매함이 법규정에서 비롯되었든, 집행 과정에서 비롯되었든 간에 정상화하는 폭이 바람직하다.
현행 세법상 명백한 과세소득이 있고 동시에 명백한 면세대상이 아니라면 누구든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며 교역자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더욱이 교목이나 군종등 공직에 종사하는 교역자나 가톨릭 신부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일반 교역자들이 과세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들은 흔히 종교활동의 자유라든가, 교역봉사의 특수성과 연관지어 논의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교역자들의 봉사가 물질적 보수와 관련없이, 그리고 그 물질적 보상이 미미한 수준이었던 시절이라면 그런 논의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를 뿐 아니라 직업으로서의 교역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있고 실제로 대부분의 교역자들은 교회로부터 정액 또는 정액에 유사한 급여를 받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뿐 아니라 신도의 급증과 함께 교회재정이 급속도로 팽창함으로써 일부 교회들은 기업회계의 개념까지 도입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는 아직도 많은 교회와 더 많은 교역자들이 빈약한 재정과 낮은 보수를 감수하고 어렵게 종교활동을 이끌고 있음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교역자들은 현행 세법상으로도 충분히 면세대상이 될 수 있으며 문제는 과세수준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는 교역자들이다.
특히 최근의 교회재정 팽창과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재산거래도 그것이 종교활동과 직접 연관이 없는 부문은 비록 교회재산이라 해도 법에 따른 과세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종교와 교회는 신성한 것이나 소득 있고 부담능력 있는 자의 납세의무도 못지 않게 신성한 것이다. 이 문제들은 조세형평의 원칙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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