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뉴욕의 다국적 디자이너들'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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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되 아름답고, 생활도구이지만 예술품처럼'. 오늘날 소비자들의 눈과 입맛은 까다롭다. 현대 소비문화는 '사용의 미학'을 요구한다.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고민은 실용성과 기능성은 물론이고 미술과 문학 또는 역사와 형이상학 영역까지를 아울러야 한다는 데 있다. 산업디자인이 그 자체로 대중문화의 일부가 된 까닭이다.

30일부터 7월 20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뉴욕의 다국적 디자이너들'은 소비문화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앞서가는 감각으로 이름난 여러 나라 출신 디자이너 5명의 제품을 소개하는 디자인전이다. 칫솔부터 패션 광고까지, 생활 공간으로 꾸민 전시장에 들어온 디자인 제품들은 유행의 첨단을 걷는 본바닥 '리빙 아트'를 실물로 보여주고 있다.

1층 들머리 이집트 출신의 캐림 래시드의 방은 기존의 사물이 지닌 기능을 비틀거나 뒤집음으로써 신선한 감각을 뽐내는 쓰레기통과 의자 등으로 화사하다. 디자이너가 시각적인 기교를 이용해 대중에게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한국 출신의 디자이너 유혁재씨는 흑백의 깔끔한 대비를 기본으로 한옥의 구조나 삼베의 질감 등을 활용한 가구들을 내놓았다. 현대적인 단순한 선에 전통에서 흘러내린 부드러움을 더하고 빠름과 더딤의 엇박자 리듬을 살린 느낌이 좋다.

2층에서 만나는 더글러스 로이드의 패션 광고들은 관능적이고 풍만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눈길을 끈다. 개성있는 사진가들과 함께 작업한 그의 광고 캠페인은 가장 일상적인 개념과 사물들을 낯설게 함으로써 성공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홍콩을 거쳐 뉴욕에서 교육을 받은 에릭 첸의 디자인은 사용자와 친밀한 관계를 이루고자 애쓴 점이 돋보인다. 터키 출신의 여성 디자이너 아이스 버셀은 남들이 돌아보지 않던 변기 등 욕실용품을 아름답게 만들어 차별화로 승부했다.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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