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야 머리를 맞대고 사학법 접점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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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작 한심한 것은 정치권의 태도다. 한나라당은 "사학법을 무효화하지 않으면 결단코 국회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국회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민주당.민노당 등과 손 잡고 임시국회를 강행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에 "법안을 원천 무효화하라"는 것이나, 명분을 먹고사는 야당에 "무조건 국회로 복귀하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백기 항복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돌파구가 찾아질 리 없다.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1차적 책무는 여당과 대통령에게 있다. 종교계와 사학들이 우려하는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얽힌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한다. 법안의 재개정에서부터 시행령 보완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 설마 설마 하다 내년 2월에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사회적 혼란은 감당하기 어렵다. 야당도 저렇게 내버려둘 게 아니다. 갈등과 분열을 조정하고 통합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조장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 동의안, 부동산세법 개정안 등의 처리가 시급했다면 사학법에 앞서 이것부터 먼저 처리했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23일 노무현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들의 만남을 주목한다. 설명과 설득에 시간을 다 보내지 말고 그들의 의견과 우려를 충분히 듣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가 옳다'는 확신에 취해 팔짱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수습 방안을 만들어 야당과도 머리를 다시 맞대고 접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