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과 함께 걷는다 … 청산도의 슬로 라이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완도군 청산도를 찾은 탐방객들이 돌담 사이를 걸으며 봄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사진 완도군]

영화 ‘서편제’ 촬영장으로 알려진 전남 완도군 청산도의 걷기축제에 전국의 워킹족들이 몰리고 있다.

 완도군은 28일 “지난 1일 막이 오른 청산도 슬로 걷기축제에 전국에서 7만3000여 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7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는 ‘느림은 행복이다’는 주제로 4월 한 달간 열린다.

 청산도는 33㎢ 크기의 섬 곳곳에 꽃길과 다양한 문화유적을 간직한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Slow City)다. 연중 아름다운 섬이지만 특히 유채꽃이 활짝 핀 4월부터 전국에서 워킹족이 몰린다. 배편을 이용하는 탓에 하루 최대 7000여 명까지만 탐방이 가능한 데도 매년 30만명 이상이 찾는다. 탐방객들은 섬을 연결한 11개 슬로길 코스(42.195㎞)를 돌며 봄의 정취를 즐긴다. 웃으면서(莞步), 느리게 걷다 보면(緩步), 완보(完步)를 하게 된다는 뜻에서 ‘청산완보’란 이름이 붙었다.

 슬로길 사이사이에는 구들장 논과 돌담장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구들장 논은 바닥 전체에 구들장처럼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은 뒤 벼를 심는 논이다. 경사가 심하고 돌이 많이 섞여 물 빠짐이 심한 청산도의 특성을 감안한 일종의 계단식 논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특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4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6코스인 양지마을에 체험 시설이 있다.

 돌담장도 섬 곳곳에 널려 있는 청산도의 문화유산이다.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를 촬영한 1코스의 돌담장이 가장 유명하다. 이달에는 돌담장과 유채꽃이 어우러진 1코스에서 주말마다 서편제 재연 행사가 열렸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