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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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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무원연금 개혁이 당초 취지는 잊힌 채 말도 안 되는 쪽으로 가는 모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험료율(기여율)은 현재 7%에서 9.5%로 올리고 연금지급률은 연 1.9%에서 정부는 1.7%로, 공무원단체는 1.79%로 떨어뜨리는 데 동의한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이 99.9%까지 진행됐다”고 말했다.

 여야가 정한 개혁안 처리 시한(다음달 2일)을 나흘 앞둔 시점에 효과가 미미한 안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강 의원 말대로 가면 지급률이 0.11%포인트밖에 줄지 않아 하나 마나 한 개혁이 될 것이다. 지급률을 1.7%로 내려도 마찬가지다. 현재 나와 있는 새누리당안이나 김태일(고려대)·김용하(순천향대) 교수안, 정부기초제시안 등 어느 것에도 비할 바가 못 되는 안이다. 이대로 가면 과거 몇 차례 ‘무늬만 개혁’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고, 2017년 이후 다음 정권에서 또 개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은 공무원단체가 실무기구에 끼어들 때부터 예견됐다. 이제 더 이상 공무원단체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여야가 연금특위에서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통합하는 새누리당안이나 정부기초제시안, 김태일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야 두 연금의 형평성과 재정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김용하안(보험료 10%-지급률 1.65%)과 공무원단체안 사이 어딘가에서 합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 역시 개혁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다.

 실무기구의 쟁점 중 하나가 공무원연금에서 절감한 돈을 공적연금 강화에 얼마나 투입하느냐인데, 이 역시 문제가 있다. 연금 개혁으로 절감하는 돈은 공무원의 양보 덕분에 생긴 게 아니다. 당연히 줄여야 할 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돈의 쓰임새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만약 여야가 지금 나온 안처럼 합의할 거라면 차라리 연금 개혁을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