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왜 미국보다 푸대접하나 발끈|금 상공이 런던서 냉대 받은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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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주말(5월31일∼6월2일) 대규모 통상사절단을 이끌고 런던에 왔던 금진호 상공부장관이 영국 측으로부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냉대를 받고 돌아갔다.
사전에 외교채널을 통해 마련된 통상장관회담을 위해 금 장관이 강영훈 주영대사와 함께 예정된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마중을 받기는커녕 현관에서 수위에게 제지를 당했다.
이 수위는 아무 연락을 받은바 없다며 구내전화로 장관실에 확인해본 다음 출입증을 달아주어 통과시켰다.
금 장관일행은 같은 날 「젤리코」영국대외무역위원장을 만나러 그의 사무실로 갔을 때도 현관에서 똑같은 대접을 받았다.
격식과 의전을 중시하는 영국사회의 관행으로 보아, 더구나 양국간 통상장관회담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식을 벗어나도 보통 벗어난 것이 아니다. 그뿐 아니라 카운터파트인 「노먼·테비트」영국 통산상은 금 상공에게 저녁이나 환영리셉션을 베풀지도 않았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에 가장 협조적인 우방의 하나인 영국이 금 상공을 왜 그렇게 소홀히 대접했을까.
영국은 기본적으로 통상관계에 관한 한 한국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한영간의 무역은 지난 10년간 계속해서 한국 측의 흑자를 기록하고있다. 83년의 한국의 대영 무역흑자는 5억 달러선. 무역규모는 수출10억 달러, 수입5억 달러 모두 15억 달러로 우리 나라로서는 영국이 제4위의 수출대상 국이다. 영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45억 달러나 되며 대만과의 무역 역조 폭은 우리보다 더 크다.
그런데 한국에 대해 더 섭섭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한국정부가 미국에 보여주고 있는 성의에 비해 영국을 너무 소홀히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 금 상공의 방영 때엔 미국에서처럼 대규모 구매가 없었다.
영국 측이 한국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것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수입제한을 대폭 풀라는 것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품목에는 스카치위스키·고급의류·전자제품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특히 스카치위스키를 대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둘째는 한국의 대형공사 및 자본에 영국을 배려해 달라는 것이다.
서울지하철·원자력발전소·도시가스시설 등 굵직한 공사에 영국기업을 참여시키고 항공기 등을 구매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영국의 대한불만의 큰 부분은 바로 이 대목에 있다.
세째는 한국기업의 대영 투자를 적극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영국에는 약80개의 한국기업 및 유관단체가 나와있는데 반해 한국에 진출한 영국기업은 연락사무소를 합쳐 30개가 채못된다.
앉아서 장사하려는 영국의 고자세가 문제라고 자신들도 인정하고 있다.
영국과의 무역만 보면 우리 나라가 흑자이지만 금융·보험 등 무역 외 거래에서는 해마다4∼5억 달러 적자다.
무역과 무역 외를 합친 경상수지에서는 우리 나라가 영국에 대해 받을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많다.
그런데도 우리가 냉대를 받으며 요구를 당하는 입장이다. <런던=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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