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 한국 인구 절반이 60세 이상 … 환갑=은퇴 틀 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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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외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임형근(60)씨는 지난해 9월 회사로부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곧 만 60세가 되니 퇴직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는 이미 5년 전 정년을 맞았다. 그러나 해외 건설 경험과 노하우 덕분에 연장근무 신청이 받아들여져 중동 현장에서 일해 왔다. 임씨는 “어제까지도 생생하게 일해 왔는데 몇 달 뒤 환갑이 되니 그만두라는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며 “멀쩡하던 사람이 환갑만 되면 하루아침에 뒷방 늙은이가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과거 농경사회의 유산인 ‘환갑’이 100세 시대의 덫이 되고 있다. 기대수명은 한 세대 앞에 비해 20년이나 늘었는데 노인을 가르는 기준은 여전히 환갑에 묶여 있다 보니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어서다. 앞 세대와 달리 퇴직 후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현재 세대로선 퇴직하고도 구직시장을 맴돌아야 하는 ‘반퇴(半退)’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올해는 한국에서 ‘환갑 쓰나미’가 시작되는 원년이다. 베이비부머의 맏형인 1955년생을 시작으로 앞으로 30년간 한 해 80만 명 안팎의 인구가 환갑 대열에 합류한다. 환갑을 넘긴 인구는 60년 전체의 4.74%에 불과했다.

그러나 30년 후에는 인구의 절반 가까이(42.5%)를 차지하게 된다. 지금처럼 ‘환갑=노인=은퇴’ 공식을 그대로 두고선 국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생산 가능 인구 부족으로 ‘생산-분배-소비’로 이어지는 경제활동의 생태계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미 중소제조업 인력 부족률은 3%에 달한다. 2017년부터 생산 가능 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동호·김기찬 선임기자, 강병철·조현숙·천인성·최현주·박유미·김민상 기자 hope.bant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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