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과장 집 장롱서 '성완종 장부' 발견 … 금품로비 했다는 시기에 거액 출금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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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시기에 경남기업 계좌에서 거액이 인출된 내역을 검찰이 확보했다. 이 사건 특별수사팀이 지난 21일 압수수색에서 황모 경남기업 자금관리과장의 자택 장롱 속에서 성 전 회장이 빌려 간 182억여원의 대여금 장부를 발견한 것이다. 이는 검찰이 한장섭(50) 재무담당 부사장에게서 입수한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들어 있던 공사현장 전도금 명목의 32억원 출금 내역과는 별개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장롱 속 대여금 장부에는 성 전 회장이 2008년 9월 1일부터 2014년 12월 29일까지 계열사 대원건설산업·대아건설·대아레저산업에서 대주주 대여금 명목으로 받아 간 내역이 기록돼 있다 .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리스트 등장인물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시기와 대여금·전도금의 인출시점 일부가 묘하게 겹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돈의 사용처가 공식 회계처리 내역과 다를 수 있어서다. 성 전 회장도 자살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이완구 총리에게 (2013년 4월 4일) 전달한 3000만원은 내가 회사 돈을 빌려다가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시기에 대여금과 전도금에서 각각 5000만원 등 1억원이 인출된 내역을 검찰이 확보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이 전달됐다는 2011년 6월의 경우 같은 달 20일 대여금 장부에서 1억원이 대아레저산업 계좌에서 성 전 회장의 우리은행 계좌로 ‘대출금 변제’ 명목으로 송금한 사실도 확인했다. 32억원의 전도금 장부에선 같은 해 4~6월 1억5500만원이 '인출됐다.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자금 2억원을 제공했다는 시기인 2012년 대여금·전도금 인출액은 각각 12억2800만원, 9억4400만원이었다.

이유정·윤정민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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