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모래판, 석달만에 부활한 씨름"왕중왕"|천하장사 이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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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씨름판의 왕자 이만기(22·경남대)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83년도 국내씨름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1-2대 천하장사타이틀을 휘어잡고 최고인기를 모았던 이만기는「샅바의 명수」장지영(인하대)에게 3대천하장사타이틀을 넘겨준뒤 와신상담 3개윌만에 다시 4대천하장사로 복귀, 명실상부한 국내정상임을 과시했다.
「씨름판의 표범」답게 준수한 용모에다 다양한 기술을갖춘 이만기는 5일 장충체육관에서 폐막된 제4회천하장사대회에서 더욱 세련되고 원숙한 기량을 과시하면서 결승에서 이준희(일양약품) 에게 3-2로 역전승, 그의 집념을 이루었다. 이날 우승상금은 1천5백만원.
그는 이날의 극적인 승리로 황금과 명예를 함께 차지한것이다.
특히 왕년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이준희와의 결승에서 보인 이만기의 묘기는 그의 진가를 한껏 드높인 것이었다.
이준희의 기술에 걸려 넘어지려는 순간 용수철과 같이 튀어오르는 유연한 허리로 뒤집어 승리를 따내는 그특유의 기술과 강인한 승부정신은 6천여 관중들을 감탄시키기에 충분했다.
올들어 이만기가 특히 달라진것은 집중력이 높아지고 허리의 유연성이 더욱 보강되었다는 점. 천하장사타이틀을 내준뒤 고향인 마산에 돌아간 이만기는 3월이후 그동안 소홀히했던 선을 다시 시작하고 지구력과 유연성을 기르는데 집중훈련을 쌓았다.
기상과 함께 6백m트랙인 학교운동장을 30바퀴씩 돌았으며 맨손체조를 3∼5회 반복하고 덤블링과 기계체조등으로 체력을 다졌다.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상체들기·구르기등 특히 허리를 대폭 보강했다.
또 하오에는 자신의 주특기인 들배지기와 호미걸이 연습을 반복했다.
182cm·1백kg의 체격으로 그보다 훨씬 큰 거한 이준희(188cm·115kg)를 제칠수 있었던것도 이러한 훈련으로 얻은 기술과 스피드의 승리였다.
이만기는 이번 우승으로 1천5백만원의 상금을 추가, 상금총액 6천5백만원을 기록했다.
이번대의 준우승 이준희는 1천만원, 2품 김종렬이 7백50만원, 3품 장지영이 5백만원의 순으로 8위까지 상금이 돌아갔다.

<사진>내가 왕이다/다시터진 천하장사의 포효. 이만기(22·경남대)가 이준희를 쓰러뜨리고 왕좌를 탈환한 순간, 특유의 감동적인 제스처로 기쁨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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