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2) 제80화 한일회담(231) 한미정부 공동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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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박정희대용령등 군인출신 정치인들은 한일관계에 가로놓인 우리국민의 대일감정이라는 심연의 깊이와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 6·3사태라는 크나큰 좌절을 겪어야만했다.
국외자인 미국은 말할것도 없었다. 미국은 자국의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한일관계의 정상화가 급선무였고 그 점에선 그들이 정지적으로 꺼렸던 군정과 그를이은 공화당정부와 이해를 같이했다.
주소미대사를 지내고 미국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조지·케넌」씨는 64년3월25일 뉴욕 타임즈지에『우리는 지금까지 한일 두나라 뿐만 아니라 자유세계 전체를 위해 큰 이익이 될 한일국교정상화를 환영해왔다』면서 당시 격화되고있던 한국의 반일학생데모를 어리석은 행동으로 몰아붙였다.
민주당출신의「토머스·도드」상원의원은 9월11일 상원에서『데모에 참가한 학생은 한명도 일제치하에서 생활한 바가 없고 일제로부터 개인적인 침해를 받은바도 없다. 그러한 학생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화해를 맹렬히 반대하고 그들의 불만을 데모로 집중시키고 있는지 유감스럽다』고 엉뚱한 논지를 근거로 그들의 불만을 토로하는 형편이었다.
「조지·케넌」대사는 외교전문의 포린 어페어즈지 추계호의 기고를 통해 한일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미국은 부득불 미국에 더 중요한 일본우선정책을 밀고 나가 미국의 대한정책을 재고하게끔 될것이라는 위협적인 주장을 필정도로 한국민의 반일감정을 몰이해하고 못마땅해했다.
「윌리엄·번디」미 국무차관보는 10월초 방한해 박대통령과의 회담에서「케넌」대사의 논설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방문중 미·일의 안보를 위해 한국의 안전이 긴급하므로 일본은 대한문제에 성의를 보이라고 촉구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어 이동원외무장관과「번디」차관보와의 회담에서 이장관이『우리국민·학생·야당의 의혹을 피하면서 한일현안을 타결짓기 위해서는 일본의 성의표시와 양보가 선결조건』이라고 지적하자 동석한「브라운」대사가『차관보는 한국의 반대세력에 대한 한국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 반대세력의 회유책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장관이『한일회담진행을 위해선 국내적으로 학생·야당·신문·압력단체등 4개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고 지적, 그에 대한 정부대책을 설명한후『특히 윤보선전대통령같은 과격한 인사를 협조하게 하는 방법은 없다』고 고충을 피력했다.
이장관은『그러나 반대의 정도를 약화시키는 한가지 방법은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정부의 지지강화』라고 전제,『그런점에서 귀하의 동경성명과 방한은 대단한 도움이 됐으며 성명서는 그 내용보다도 귀하나 미국의 권위가 개재하고 있기때문에(한국의 반대세력에 미치는)심리적 영향이 지대한 것이며 따라서 앞으로도 이같은 성명발표의 방법이 계속되어야할것』이라고 요청했다.
이에「번디」차관보는『귀하와 나는 반대세력의 약화를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하고『과격한 야당인사에 대해서는「브라운」대사가 그들과의 긴밀한 접촉을 갖고 설득해나갈것』이라고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는 또 학생들과 교수들도 한일정상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브라운」대사와 「라이샤워」주일미대사가 적극 노력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이같은 상황을 주일대사발령후 외무부간부들로부터 설명받고 미국이 결정적 단계에 들어가면 한일 어느쪽도 두둔하지 않은 모호한 태도를 표시했던 과거의 자세와는 크게 다르다는것을 느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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