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한미항공협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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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0년4월11일에 체결된 한미항공협정이 새로운 분쟁을 빚고있어 오는 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양국간의 항공회담을 앞두고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민간항공 행정기관 책임자는 지난달 30일 미국 하원에서의 증언을 통해 『한미항공협정은 한국측이 약정을 이행치 않았기 때문에 재협의를 통해 개정되어야 한다』고 증언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 당국자는 협정을 지키지 않은 것은 한국측이 아니라 미국측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두 나라가 항공협정을 맺을 때 미국측은 미항공 화물회사인 플라잉타이거항공사 (FTL) 가 김포공항에 화물터미널을 짓는다는 조건으로 준공1년 후 KAL의 서울∼시카고노선 직항을 허가하고 다시 1년 후 뉴욕에서 유럽으로 가는 이원권을 주는데 동의했었다.
그러나 FTL이 김포공항터미널건설허가를 얻으려 우리 교통부에 벌인 협상과정에서는 국내선과의 경쟁관계로 타결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그 사이에 플라잉타이거회사가 도산위기에 놓여 화물터미널을 자체 자금으로 지을 형편이 못되게 됐다.
FTL이 화물터미널을 김포공항에 지으려 한 것은 앞으로 김포공항을 경유지로 해 대중공 화물수송을 독점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국내 항공사측이 이견을 보인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었다을
김포공항 터미널 건설문제가 진통올 거듭하고 있는 동안 KAL측이 서울∼시카고노선 신설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4월 한미항공회담이 열렸으나 미국측이 김포터미널문제를 들고 나와 합의를 못 보고 오는 20일의 2차 회담으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
이런 경과로 미루어 한미항공협정을 맺을 때의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동기야 어떻든 우리 쪽에도 책임은 있었다.
그러나 50년에 맺어진 항공협정은 한마디로 불평등 협정의 표본이었음을 잊을 수 없다.
기존 한미항공협정은 미국항공기는 미국∼서울뿐 아니라 국내 어디건 운항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에 반해 KAL은 서울∼LA, 서울∼호놀룰루 노선이 유일하고 서울∼뉴욕간은 임시노선이며 앵커리지에 기착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동남아 여러 나라조차 미국에 8∼9개 노선이 개설되고 있으나 KAL은 3개 노선에, 그것도 1개 노선이 임시노선으로 미국측이 트집만 잡으면 폐쇄 할수 있을 만큼 불평등하게 이뤄진 것이다.
현재 무역·기술협정 등 국가간에 이뤄지는 모든 협정이 쌍방간에 평등원리에 입각해 국가간의 이익이 기울지 않도록 호혜평등주의가 적용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50년도에 우리정부가 항공분야에 눈이 어두울 때 미국측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맺어둔 부당한 협정은 거론하지 않고 지엽적인 것만 트집 잡는 미국측의 태도엔 문제가 있다.
오는 20일의 2차 회담 때는 협정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현안문제가 원만히 타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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