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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돼도 팔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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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22일 경기도 용인의 푸른꿈청소년쉼터 1층에 문을 연 청소년 재활카페 ‘더 드림’에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왼쪽에서 둘째)과 이석구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대표(왼쪽에서 셋째)가 쉼터 청소년들 의 새출발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매일유업 분유 가운데 ‘BCAA’(단풍당뇨증) 환아를 위한 제품이 있다. 전국의 고객수가 고작 16명이다. ‘프로테인 프리’(단백 섭취제한식) 분유의 경우 36명이다. 5만명 중 1명꼴로 태어나는 페닐케톤뇨증(PKU) 아기들을 위한 특수분유로, 매일유업은 15년째 PKU 증상별로 4가지 분유를 만들어 오고 있다. 이 아이들은 단백질 대사 장애로 엄마 젖은 물론 밥이나 빵, 고기도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대상웰라이프가 최근 출시한 ‘뉴케어 딸기맛’푸딩은 100g의 작은 통에 단백질(8g)과 각종 영양소가 담겨 열량은 135㎉나 된다. 치아가 없거나 사래가 잦아 음식을 삼키기 괴로운 노인들을 위한 부드러운 영양식이다. 대상은 음식물을 걸쭉하게 만들어 주는 점도증진제 '토로미 퍼펙트'도 선보이고 있다. 이 시장 규모는 고작 10억원 안팎이다. 이 회사 나경호 사업부장은 “이런 제품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라 유통·마케팅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이익보다 사람들에게 ‘먹는 낙’을 주는 보람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만 따지면 당장 접어야 할 식품사업들이다. 그러나 매년 적자를 내면서도 꾸준히 내놓는 ‘착한 음식’들이다. 식품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펼치는‘재능기부’의 연장이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저단백밥’이 그런 경우다. 일반 ‘햇반’은 1년에 1억6000만개가 팔리는 즉석밥 1위인 반면 ‘햇반 저단백밥’은 그 1300분의 1인 12만개가 팔릴까 말까다. 저단백밥은 국내 200명 남짓인 단백질 대사질환자들을 위한 기능성 밥이다. 사내 직원이 “아이가 단백질 대사질환으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우리는 저단백밥을 못 만드나요”라고 건의해 탄생했다. 이 밥은 단백질을 보통 쌀밥의 10분의1로 줄이고 별도의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 비용과 시간은 많이 들지만 지난해 매출은 1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판매량은 늘 기미가 없다. 가격도 개당 1800원으로 회사는 제조원가 수준이라고 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초기 투자 비용이 8억원인데 연간 매출이 2억이 안 돼 수지가 안 맞지만 즉석밥 기술을 활용한 일종의 ‘재능기부’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착한 카페’라는 형태의 재능기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이석구 대표는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의 푸른꿈청소년쉼터 1층에서 진행된 ‘더 드림’ 카페 개소식에 참석했다.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사회공헌 활동의 연장선에서 진행해온 재능기부 카페 5호점이다. 이 카페의 목적은 가출·탈북·다문화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스타벅스는 이날 여성가족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들 청소년들이 바리스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도움을 주기로 했다. 우수 교육생이 스타벅스에 입사지원시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바리스타들이 매달 서울·인천·울산·김해 등 전국의 14개 청소년 쉼터 및 지원센터를 방문해 이곳에서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바리스타들의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재우·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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