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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자의 EAT, PLAY, LOVE] '무보수'로 한국에 온 미슐랭 셰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톡톡]

4월 24일과 25일, 캐주얼 다이닝 '톡톡(TocToc)'에서 특별한 저녁식사가 열립니다.

일본 도쿄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람베리(L'embellir)의 팝업 레스토랑이죠. 팝업 레스토랑이 뭐 새로운 소식이라고 호들갑이냐 생각하시나요. 속사정을 듣고 나면 이해하실 겁니다. 사실 특급호텔이나 대기업·백화점이 아닌 개인 레스토랑에서 갈라디너 형식의 팝업 레스토랑을 연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거든요.

[사진=톡톡]

유명 셰프를 초대할 땐 초청비를 줍니다. 초청하는 셰프가 미슐랭 스타 등에서 인정한 스타 셰프라면 초청비용은 수천만원에 이르죠.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통 셰프가 한 번 움직이려면 최소한 2~3개월 전부터 준비를 합니다. 미리 컨셉트를 논의하는 것은 기본이죠. 한국의 식재료를 익히고 초청받은 레스토랑의 다른 셰프들과 손발을 맞춰보기 위해 행사보다 며칠 먼저 한국에 옵니다. 자신과 손발이 잘맞는 스태프들도 함께요. 이렇게 셰프와 스태프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숙박이나 식사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니 개인 레스토랑이 갈라디너 형식의 팝업 스토어를 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작은 레스토랑인 톡톡이 람베리의 헤드셰프와 팝업레스토랑을 연다는 게 놀라운 일이죠.

[사진=톡톡]

김 셰프의 요청에 람베리의 헤드셰프인 나오토 키시모토는 흔쾌히 응했습니다. 그것도 초청비를 받지 않고요. 키시모토 셰프가 흔쾌히 초대에 응한 건 김 셰프와의 인연 때문입니다. 5년 전 김 셰프는 람베리에 스타주(stage·견습)를 받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키시모토 셰프의 요리 철학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배우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편지를 받은 키시모토 셰프는 김 셰프에게 스타주를 허락했습니다. 김 셰프는 "람베리의 주방 스태프들은 하루에 14시간 동안 서서 일하는데 이 과정이 고되지만 노력한 만큼 최고의 요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주방을 깨끗이 닦고 열심히 배우는 김 셰프의 모습을 본 키시모토 셰프도 마음을 열었고요. 그 후로도 김 셰프는 매년 람베리를 찾아 연수를 받습니다.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죠. 2013년 4월 신사동에 캐주얼 다이닝 톡톡을 연 김 셰프는 올해 오픈 2주년을 기념해 자신이 받았던 감동을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팝업스토어를 기획했습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톡톡을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고 평소 경험해보기 힘들었던 미슐랭 레스토랑을 가깝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키시모토 셰프는 행사가 열리기 한 달 전인 3월 말 한국을 찾아 메뉴에 쓰일 한국 식재료를 확인했습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사용하기 위해서죠. 우연히 육회를 맛 본 후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라는 것을 알게 된 키시모토 셰프는 비프 타르타르를 이번 행사에 선보입니다. 신선한 쇠고기 육회에 채소와 조개·캐비어·김을 곁들인 요리입니다. 비프 타르타르를 비롯해 오늘 첫 만찬을 위해 아침 7시부터 다른 스태프들과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람베리의 팝업 레스토랑은 예악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돼 70석 좌석이 모두 매진됐습니다. 그런데 왜 소개하냐고요. 국경을 넘은 두 셰프의 만남을 응원하고 싶어서입니다. 또한 톡톡의 첫 걸음이 다른 셰프들과 레스토랑에도 본보기가 돼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강남통신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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