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연기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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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의 84 LA올림픽 불참문제를 계기로 88 서울올림픽의 연기 또는 장소 변경설이 제기돼 한때 잡음이 일었었다.
일부 IOC위원의 무책임한 「사견」으로 발단된 것이었고 IOC 당국이 이를 공식부인, 문제는 일단 원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문제는 성격의 미묘성과 현재의 국제적인 상황으로 보아 그런 잡음이 재발될 소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될 일이다.
서울올림픽 개최는 81년 서독 바덴바덴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합법적 절차를 거쳐 52대27이라는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의결된 최종결정이다.
규정상 올림픽 개최지는 늦어도 6년 전에 결정돼야하기 때문에 앞으로 4년밖에 남지 않은 88 올림픽은 절대로 다른 장소에서 개최될 수가 없고 개최돼서도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우리 한국은 88 올림픽에 모든 나라가 참가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이를 위해 이미 폭넓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더구나 참가하는 모든 국가나 단체·개인에게 아무런 조건이나 차별이 없는 문호개방 원칙을 만천하에 표명했다.
올림픽 개최와 진행에서도 공인된 모든 원칙과 관례를 엄수한다는 보편적 원칙을 제시하고 막대한 국력을 기울여 만반의 준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와 미묘한 관계에 북한의 참가마저 유도키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다.
따라서 서울올림픽이 유산되거나 변경·연기되는 해프닝은 상상도할 수 없다.
세계평화의 제전이요, 인류공동의 우호의 광장이어야 할 올림픽이 근래에 들어 폭력에 짓밟히고 정치에 오염돼 온 것이 사실이다.
뮌헨올림픽이 그러했고, 모스크바올림픽이 그러했으며, LA올림픽 마저 그럴 운명에 있다. 심히 개탄스러운 일이다.
올림픽의 기원이 된 그리스의 올림피아 경기대회가 1천개 이상으로 나뉘어 싸우던 그리스의 폴리스(도시국가)들 사이에 평화를 가져오고 단결과 번영을 촉진시켜온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갈 알고 있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전쟁을 하다가도 올림피아 기간에는 싸움을 멈추고 함께 경기에 참여하여 기량을 겨루고 우정을 다졌고 그 결과 전쟁을 종결한 사례도 많았다.
물론 요즘의 세계가 너무나 복잡하고 극단화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럴수록 국제올림픽 행사가 절대시 목적시 돼야한다. 그것은 국제관계에 있어서 국가간의 평화와 국민들 사이의 우호가 전쟁이나 긴장보다 우선돼야하기 때문이다.
IOC의 한 책임자는 앞으로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할 때는 정치적 불안지역을 회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것도 올림픽을 정치에 예속시키는 소극적인 발상이다. 오히려 정치가 올림픽에 예속되어 올림픽 그 자체가 목적시될때 올림픽에 의한 평화달성 기능은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올림픽이 이 지역의 평화에 기여될 수 있는 국제적 풍토의 조성이 더욱 아쉽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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