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련의트렌드파일] 오감을 콕콕 찔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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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데이비슨은 일관된 디자인으로 자유와 남성미를 대변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오토바이의 명품이다. 할리 데이비슨 인기의 대표적인 비결 중 하나가 엔진 소리다. 장중한 엔진음과 트윈 엔진의 연소 주기가 마치 사람의 심장 박동 주기 같아서 심장과 하나 돼 울리는 감동을 준다고 한다.

휴대전화 소리나 컬러링도 과거의 기계음을 그대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이나 음성으로 바꾸어진 상황이다. 브로미올리 로코가 출시한 찻잔은 스푼으로 컵을 휘저을 때 음악이 나오는데, 컵 안에 담긴 음료에 따라 음악이 달라진다.

소리는 이미 다양한 상품에 활용되고 있고 이젠 소리를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되고 있다. 공기청정기를 켤 때 자연의 소리를 넣어보면 어떨까. 정말 공기가 맑아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침 시간 차에 시동을 켤 때 "오늘도 안전운전하시고 행복하세요"하는 예쁜 목소리의 메시지가 들리는 것도 상쾌한 하루를 맞게 해줄 것이고, 읽기 싫은 종이 설명서가 아니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음성 시스템으로 제품 설명서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또 이젠 시각.청각뿐 아니라 촉감과 향기도 디자인에 충분히 고려해서 디자인해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 노키아는 원단을 활용한 휴대전화 디자인을 했는데 기계적 느낌의 휴대전화를 좀 더 부드럽고 감성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디자인이었다.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좀 더 실용성 있게 미래의 휴대전화 디자인에 활용된다면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는 아이디어다.

미국 디자이너 킴 콜린은 나사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부드러운 곡선과 연분홍색을 사용해 사람의 피부와 같은 부드러운 촉감을 주도록 디자인한 시계를 출시해 관심을 끌었다.

향기는 실제로 많은 디자인에 응용되고 있는데 속옷과 인테리어 용품에는 이미 쓰이고 있고 앞으로는 모든 소비재 제품으로 확대 사용될 것이다. 공기청정기나 가습기 같은 신선감이 강조되는 제품에는 자연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거나 선물로 많이 활용되는 명품 넥타이 포장 케이스에 고급 향기가 깃들어 있다면 선물 받는 사람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촉감과 향기는 사람들의 기억에 가장 오랫동안 남는 요소라 한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화장의 마지막 단계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향기를 만드는 것이고, 양귀비는 피부의 촉감 때문에 중국 황제를 사로잡았다고 할 만큼 감성을 자극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디자인은 구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 디자인이 시각적 감성에만 의존하였던 것과 달리 이젠 시각뿐 아니라 청각.촉각.후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한다면 감성을 최대한 자극해 소비자가 갖고 싶은 새로운 욕구를 창출할 것이다.

김해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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