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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시바우 美대사 대북 강경발언에 정부 우려 표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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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의 대북한 강경 발언이 한.미 관계에 파장을 일으키나.

한국 정부가 버시바우 대사의 잇단 대북한 발언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위성락 주미공사가 지난 12일 미 국무부의 조지프 디트러니 대북협상대사 등을 찾아가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산케이는 버시바우 대사가 한국의 대북지원을 비판한 것에 대해 위 공사가 "미 정부는 한국의 대북지원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인가"라고 물었으며 특히 '범죄정권' 운운 등 북한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6자회담에 있어 어떤 이익도 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한국의 대북지원을 지지하는 입장에는 어떤 변화도 없으며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미 정부의 훈령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개인 견해라고 해명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산케이는 한국 정부의 우려 표명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면서도 그간 미국 측은 한국 정부에 불신감을 키워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9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한국의 대북포괄지원 등 방침을 놓고 "한국은 6자회담에 거의 공헌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 그 예라는 것이다.

버시바우 대사 발언 논란은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렸던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을 범죄정권이라고 비난하고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버시바우 대사는 12일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로 열린 한미정책포럼에서 "북한은 100만 군사대국에 준 전체주의 국가인데다 핵무기가 있다"며 "미국은 북한 경제와 체제 변화를 위한 한국의 노력을 지지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 우리가 북한에 이전하는 기술이 북한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강경 발언에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이 버시바우 대사에 대한 본국 소환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논란으로 발전했다.

김원기 국회의장도 15일 "버시바우 대사가 여러 가지 한 발언이 수위를 넘은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에 출연해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의 미대사 본국 소환 결의안 제출 검토 주장에 대한 질문에 "개인 의견인지는 모르지만 그 단계까지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편 산케이는 이번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6자회담을 놓고 한국과 미국간 견해 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양국간 이반을 바라는 북한의 속셈대로 되고 있다는 우려가 워싱턴 정가에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정부기관지 '민주조선'은 14일 "거족적 투쟁으로 버시바우를 내쫓아야 한다"며 "남조선인민들은 버시바우를 민족의 이름으로 심판하고 남조선에서 당장 추방하기 위한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노동신문에서는 "예절도 없고 사리도 모르는 불한당", "적대의식으로 이성마저 잃어버린 폭군"이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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