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완료했습니다, 차 트렁크 열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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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택배는 진화한다. 이번엔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 아우디와 손잡고 기존 택배의 상식을 깨는 첨단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주차해 놓은 자동차 트렁크로 물품을 전달하는 서비스다. 단독 주택 중심인 서구에서는 주문한 제품을 받으려면 반드시 누군가는 집에 있어야 한다. 아파트 중심인 한국처럼 경비실이나 택배실 등에 맡겨 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샐러리맨들은 사무실로 물건을 배달시키기도 하지만 적절치 않은 물품도 많아 꺼려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마존과 아우디가 물류업체인 DHL과 손잡고 ‘자동차 트렁크 배송’ 시험 서비스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진화한 택배서비스는 다음달 독일 뮌헨에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자동차 트렁크 배송 시스템은 간단하다. 아우디 차량을 보유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가입자가 아마존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아마존은 배송 업체에 차량 정보와 주차된 위치를 전달한다. 배송 기사가 지정된 시간에 차량이 주차된 장소로 이동한 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 소유주의 동의를 받은 뒤 자동차 트렁크 문을 열고 물건을 넣어 놓는다.

 배송 기사에게는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일회용 비밀번호가 제공된다. 이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아우디 전자시스템을 통해 트렁크가 열린다. 비밀번호는 한번 밖에 사용할 수 없고 트렁크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게 돼 도난의 우려는 없다고 아우디 측은 밝혔다. 배송 완료 여부는 e메일을 통해 주문자에게 전달된다. 울리히 하켄베르크 아우디 연구·개발(R&D) 수석 연구원은 “고객 정보와 자동차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보안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F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자동차 트렁크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주문자가 집이나 회사 등에 없어서 물품을 받지 못하는 배송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물품 분실과 관련한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아마존은 시험 서비스의 반응에 따라 전 세계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차량 트렁크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는 처음은 아니다. 볼보자동차는 지난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비슷한 시스템을 선보였다. 볼보는 현재 테스트를 마쳤고 조만간 볼보 차량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스웨덴에서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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