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폰 히트 비결은 '손오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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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권 LG전자 단말기연구소장(48.사진)은 LG전자가 이달 초 선보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초콜릿폰' 개발의 주역이다.

이 휴대전화기는 손 안에 쏙 들어가도록 얇고 작게 만들어졌고, 고급 분위기가 나도록 초콜릿 색깔을 입혔다. 터치 스크린 등 첨단 기술도 담아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14일 서울 가산동 단말기연구소에서 만난 안 소장은 "출시 1주일만에 하루 1000대가 팔려 나간 데 이어 2주일째인 이날 하루 판매대수가 1500대를 넘겼다"며 대박을 예고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어머나'뮤직폰도 한달이 지나서야 하루 1000대 넘게 팔렸다. LG전자는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앞으로 내놓을 고급 패션폰에도 '블랙라벨'을 달아 주력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안 소장은 "기존 브랜드인 '싸이언'을 과감히 버리거나 블랙라벨과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휴대전화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팬택계열에도 밀려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LG는 90년대 중반 휴대전화기 시장이 열릴무렵 업계 선두를 달렸었다.

1982년 서울대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딴 안 소장은 LG전자 중앙연구소에 입사한 이후 2003년까지 줄곧 오디오비디오(AV) 연구개발부문에서만 일했다. LG전자가 국내외 가전시장에서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올라서는데 그의 공이 적지 않다. 그 때 현재의 김쌍수 부회장(가전)과 박문화 사장(멀티미디어)과 호흡을 맞췄다.지난해 이 세사람은 휴대전화기를 살리는데 의기투합했다. 안 소장은 "첨단 기술만 담았다고 휴대전화기가 잘 팔리는 게 아니다"라며 "초콜릿폰은 고객 입장에서 디자인.기술.마케팅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연구개발은 엔지니어 위주여서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연구원들이 못만든다면 하면 그만이었다"며 "'손오공'이라고 이름 붙인 초콜릿폰 개발 프로젝트부터 연구원들에게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기술을 맞추라고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손오공은 손 안에 들어가는 오십(50)㏄ 부피의 초슬림폰을 가리킨다. 연구소장 직속으로 소비자의 성향을 조사하는 '소비자 감성팀'도 가동했다. 안 소장은 3개월마다 연구원 3명씩을 차출해 하루종일 초콜릿폰과 경쟁사 제품을 비교해 써 보는 일을 하도록 했다.

이에 힙입어 초콜릿폰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에게서 호평을 얻었다.디자인이 '절제의 미학'이라는 평도 있었다. 초콜릿폰은 최근 산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공동주최한 '올해의 우수 산업디자인(GD)'경진대회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LG전자는 이처럼 디자인에 힘쓰면서 마케팅에도 팔을 걷었다. 초콜릿폰 광고에 김태희.현빈은 물론 다니엘 헤니 등 요즘 잘 나가는 인기스타들을 총동원했다. 이날 언론과 처음 인터뷰한 것도 연구소장이라고해서 마케팅일에 뒷짐 질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글=이원호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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