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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새판 짜자" 계파별 물밑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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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4일 이른 아침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10여 명이 비공개 조찬 모임을 열었다. 각각 내년 1월과 2월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13일 밤에는 광주.전남 출신 의원 10여 명이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모였다. 이 자리에선 "호남 민심을 반영할 사람을 다음 지도부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열린우리당 내부가 꿈틀대고 있다. 내년 초부터 숨가쁘게 진행될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전체가 새판 짜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국회 공전으로 의원들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 원내대표, 경선이냐 추대냐=차기 원내대표에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사람은 3선의 김한길 의원이다. 여권 내 정치적 비중으로는 손색이 없다는 게 중평이다. 문제는 그가 이른바 '정동영계'라는 점이다. 당내 일각에선 "어차피 전당대회에서 치열한 계파 싸움이 벌어질 텐데, 원내대표까지 계파전 양상이 되면 곤란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4일 초선 의원들의 모임에서도 "이번 원내대표는 당내 제 세력이 합의할 수 있는 중도적 인물을 경선 없이 추대하는 것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여당이 국민의 인정도 못 받으면서 밥그릇 싸움만 하는 것으로 비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의원을 지지하는 쪽의 반론도 만만찮다. "배(열린우리당)가 침몰하게 생겼는데 능력 있는 조타수(원내대표)를 뽑아야지, 출신을 따지느라 무난한 사람을 골라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정동영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김근태계는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았다. 배기선.유인태.원혜영 의원 등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인물을 밀어야 한다는 주장과 재야파 출신인 장영달 의원 등 정체성이 명확한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 있다. 신기남 전 의장을 거론하는 의원도 있다.

◆ '틈새 시장'노려라=2월 전당대회에서 정동영-김근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틈새 시장'을 노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신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재선 그룹이 대표적이다. 김부겸.김영춘.임종석 의원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고, 송영길.이종걸 의원도 종종 거명된다. 일부 386세대 초선 의원들은 "전당대회의 1인 2표를 모두 재선 후보에게 몰아주자"는 주장도 한다.

경남지사 출신의 김혁규 의원도 출마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김 의원은 "출마 여부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인이니까 검토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노직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당내 '의정연구센터'는 김 의원이 출마하면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새해 초로 예상되는 개각을 둘러싼 의원들의 암중모색도 한창이다. 당 일각에선 개각 대상으로 검토되는 장관직이 10여 자리가 넘는다는 설과 함께 다양한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거명되는 입각 희망자들의 경쟁이 당과 국회 운영 등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게임의 룰'도 논란=지도부 선출 방법에 대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당 의장과 선출직 상임중앙위원(네 명)을 분리해 뽑을 것이냐, 현행대로 5명을 뽑아 1위 득표자가 당 의장이 되도록 할 것이냐다. 분리 투표를 하면 현행 1인 2표제는 자연스럽게 1인 1표제로 바뀐다. 1인 1표를 주장하는 쪽은 "1인 2표제는 민의를 왜곡하는 측면이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선 "당내 소수 세력의 지도부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1인 보스 체제로 회귀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당 의장 권한을 강화하는 당헌 개정 방향을 놓고서도 계파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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