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행진 … 원화 환율 급락 1016.4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세계적인 미국 달러화 약세 흐름의 여파로 국내에서도 달러화 매도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9.6원이나 급락한 1016.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8월 16일 이후 약 4개월 만의 최저치다. 또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은 118엔대로 하락했으며, 달러-유로 환율은 한 달여 만에 1.2달러대로 들어섰다.


<그래픽 크게보기>

달러화 약세 흐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3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해 연 4.25%로 끌어올린 데 영향받은 것이다. 이번을 고비로 내년엔 금리 인상이 많아야 한두 번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미국과 다른 주요국 간의 금리 격차에 의한 달러화 강세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고개 숙인 달러화=달러화 약세 전망은 미국의 금리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달 초 5년 만에 금리를 올린 유럽중앙은행이 내년에 금리를 추가 인상하고, 일본은행도 5년 이상 유지했던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유로존.일본의 금리 격차가 줄어 국제자금의 미국 유입 추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달러화 약세를 가져올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3190억 달러(GDP의 2.6%)였던 미국의 재정적자는 허리케인 피해 복구비용의 증가 등으로 내년엔 4500억 달러(GDP의 3.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달러화 가치가 내년에는 추세적인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멜론 파이낸셜의 환율 담당자는 "미국과 유럽.일본과의 금리 격차가 여전히 커 달러화 약세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전망했으나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 내년 수출에 걸림돌=한은은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일본 엔화와 유로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각각 14.3%, 11.8% 절하된 동안 한국은 달러화에 대해 0.1% 절상됐다고 밝혔다. 이는 환율이 내려갈 때마다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달러화를 매수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에 한계가 드러날 전망이다. 외환보유액이 2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가운데 외환 당국이 추가로 달러화를 사들이면 외환보유액 관리 비용은 물론 외환 운용 부담이 크게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국내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한은은 1년간 달러에 대한 원화 값이 1% 오르면 국내총생산(GDP)이 0.0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올해는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일본과 무역하는 중소업체들이 손실을 보고,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호.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