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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관저에 날아든 정체불명 드론 … "방사성 물질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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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2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옥상 헬리포트에 떨어진 무인기 ‘드론’에 푸른색 천막을 치고 위험물질이 없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경시청 수사관들(큰 사진 붉은 점선 안). 작은 사진은 발견 직후 골판지로 가려진 드론. 드론에 붙어있던 페트병에서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 [도쿄 AP=뉴시스]

일본 총리 관저 옥상에서 소형 무인기(드론)가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드론에 부착되어 있던 페트병에서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발견됐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22일 오전 10시40분쯤 일본 도교도 지요다(千代田)구 총리 관저 옥상에 드론 한 대가 떨어져 있는 것을 관저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드론이 언제 추락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드론은 직경 50㎝의 쿼드콥터(프로펠러가 네 개 달린 비행체)로 소형 카메라와 직경 3㎝, 길이 10㎝의 자주색 페트병이 부착돼 있었다.

 페트병에는 방사능을 나타내는 마크가 붙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액체가 담긴 페트병 외부에서 방사선 반응이 있었으며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니혼TV가 보도했다. 치요다구의 평균 방사능 수치는 0.05 마이크로시버트다. 드론에서 검출된 원자번호 55번인 세슘은 2011년 3월에 일본 대지진 직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여파로 일반에 널리 알려진 물질이다. 이날 드론에서 검출된 세슘은 인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양은 아니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즉각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드론을 관저에서 지요다구의 경시청 제1기동대 시설로 옮겨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후 페트병에 담긴 액체를 정밀 성분 조사하는 한편 드론을 조종한 사람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은 즉각 총리 관저의 주변 상공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수사 관계자는 이날 “올 들어 인터넷에 ‘도쿄 왕궁 상공을 드론으로 횡단한다’는 게시물이 올라 경찰이 조사한 바 있다”고 밝혔다.

 드론 발견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이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인명 피해는 없고 테러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관저 옥상 헬리포트에 푸른색 천막을 치고 관계자 외 접근을 막았다.

 최근 상업용 드론의 보급이 늘어나며 세계적으로 드론 관련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엘리제궁 부근에서 수상한 드론이 발견됐고, 올 1월에는 미국 백악관의 잔디밭에 중국 dji사가 제작한 드론 ‘팬텀2’ 모델이 추락했다. 비밀경호국 조사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국립지리정보국(NGA) 요원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미 연방항공청(FAA)은 2월 상업용 드론의 최고 속도를 시속 160㎞ 이하, 무게는 25㎏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드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일본 항공법은 드론이 공항 주변에서 비행할 경우에만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공기 노선과 가까운 경우에는 150m, 그 밖의 지역에서는 250m 이상의 고도를 비행할 때에만 당국에 통보한다. 규정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할 경우에는 관련 규제가 없다. 이번 총리 관저에서 발견된 드론도 200m 이하로 비행했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드론을 이용한 테러 발생이 우려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법규) 검토를 현안으로 삼아 테러의 미연 방지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항공법 등 관계 법령 개정을 포함한 규제 강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스가 장관의 발언에 따라 일본 정부는 항공법을 개정해 총리 관저와 도교 왕궁 등 중요 시설 상공을 비행제한구역으로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시설에 대한 드론 진입을 막기 위해 전파 발신을 탐지할 수 있도록 전파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스가 장관은 또 “일본은 2016년 G20 정상회담 개최와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다”며 “모든 중요 시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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