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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땅부터 용도 변경 … 용산 개발 첫삽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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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용산기지의 첫 개발 사업지역인 유엔사 부지 모습. 건물은 예전에 철거돼 지금은 공터만 남아 있다. 부지 뒷편으로 이태원 상가와 남산이 보인다. [강정현 기자]

서울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부지 개발 사업이 첫 발을 뗐다. 국토교통부는 용산기지 동쪽의 유엔사 부지(이태원동 일대 5만1753㎡)의 복합시설지구 조성계획을 23일 승인·고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고시는 유엔사 부지 개발을 위해 용도지역을 기존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바꾼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해 전체 면적의 86%는 복합시설, 14%는 공원·녹지·도로와 같은 공공시설을 짓도록 했다.

 이는 2007년 용산공원조성특별법 제정에 따라 개발 계획이 수립된 이래 8년만에 내려진 첫 행정 절차다. 개발 계획은 용산기지의 3개 부지 18만㎡(유엔사·캠프킴·수송부)를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이 들어서는 복합시설지구로 개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도 평택의 새 미군기지를 건설하는 대신 건설비용(3조4000억원)을 3개 부지 개발을 통해 충당한다는 내용의 양여협약을 국방부와 맺었다. 원래는 3개 부지가 똑같이 2019년부터 개발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올해 1월 7차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2017년 캠프킴, 2019년 수송부 순의 단계적 개발로 계획을 바꿨다.

 유엔사 부지는 높이 70m(20층) 이하의 저밀도 지구로 개발된다. 서울 강남에서 남산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도록 용적률 600%를 적용했다. 반포대교 남단에서 남산 7부 능선(소월길)이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정부와 LH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고밀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시가 저밀도 개발 소신을 굽히지 않자 결국 서울시 입장을 수용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강남 쪽에서의 남산 조망권 뿐만아니라 이태원에 저층 주택이나 상가가 밀집한 점을 감안할 때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려면 저밀도 개발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부지 활용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실시계획을 하반기 중 LH로부터 제출받아 승인해줄 예정이다. 여기에는 교통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처럼 복합시설지구 개발을 위한 필수 절차가 모두 포함돼 있다. 이소영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단 기획총괄과장은 “연말까지 입찰을 실시해 민간투자자를 선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업시행자인 LH는 고층이 아닌 저층으로 개발하게 되면서 수익성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LH는 다양한 시설로 구성된 청사진을 만들어 저층 개발의 단점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현재 감정평가액 추정치(7500억~8000억원) 이상의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윤여승 LH 용산사업처 차장은 “호텔을 비롯한 복합 상업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본다. 대기업과 같은 민간 사업자가 땅을 사게 되면 자체 필요에 따른 용도로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 남쪽에 맞붙어 있는 수송부 부지(동빙고동 일대 7만8918㎡)는 향후 유엔사·캠프킴 개발 상황을 지켜본 뒤 개발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유엔사와 마찬가지로 70m 이하 높이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양병현 서울시 도시계획과 팀장은 “수송부 역시 반포대교 쪽에서 봤을 때 남산 7부 능선을 넘지 않도록 하자는 게 서울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들과 달리 용산기지 서쪽의 캠프킴 부지(갈월동 일대 4만8399㎡)는 용적률 800%의 고층 업무지구로 개발된다. 이곳은 주변에 이미 고층건물이 많다고 판단해 서울시가 고밀도 개발을 반대하지 않았다. 정부와 LH는 60~70층 건물 7~8개를 올리거나 건물 숫자를 줄여 타워팰리스급 초고층과 60~70층 건물을 섞어 건설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정부와 LH 입장에서는 유엔사 저층 개발로 줄어든 수익성을 캠프킴 고층 개발을 통해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소영 국토부 과장은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유엔사 부지 1조5000억원을 포함해 총 5조원의 민간투자금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계획이 구체화되자 용산 주민 사이에선 지난해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무산 이후 침체됐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용산 한강로공인의 박신애 사장은 “유엔사 부지를 시작으로 용산기지 개발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평택기지 이전비용을 충당하려고 무리하게 개발하면 부작용이 훨씬 클 것 ”이라며 “서울의 중심부라는 입지와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개발계획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황의영 기자 unipe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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