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다음 총리 아베 대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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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晉三.51)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 0순위로 떠올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사실상 아베 지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고이즈미 총리는 12일 기자들에게 아베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집권 당인 자민당의 총재가 되면 총리를 하게 된다. 고이즈미는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다.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지지가 없는 사람이 뽑힐 가능성은 없다"고도 했다. 고이즈미가 이처럼 특정 후보의 출마를 독려하기는 처음이다. 고이즈미의 이 같은 발언은 "아베가 다음 총재 선거보다는 그 다음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그에게 더욱 바람직하다"는 자민당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에 앞서 고이즈미가 과거에 속해 있던 파벌의 보스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11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베를) 너무 난폭하게 다루다가 동네북이 되는 일은 안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그는 "9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데 따른 반작용으로 2007년 참의원 선거는 (자민당이) 지는 쪽으로 갈 공산이 크다"며 "참의원은 어떤 수를 써도 과반수가 되지 못할텐데 그럴 바에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른바 '아베 온존론(溫存論)'이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를 총리로 추대해도 이듬해의 참의원 선거 패배 때문에 '임기 1년'의 단명 총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모리의 시나리오다.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도 이에 동조한다.

모리는 아베 대신 '단명 총리'의 운명을 떠맡을 인물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모리파.69) 전 관방장관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다 전 장관은 아시아 외교 중시론자다.

이런 논쟁 밑에는 자민당의 세대 간 대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아베 온존론'속에는 아베가 총재 직을 맡으면 당내 세대교체가 급속히 이뤄져 중진 의원들의 입지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파벌정치 타파를 부르짖는 고이즈미는 '아베 온존론'을 "파벌정치로 회귀하려는 기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또 내년 총재 직 출마를 놓고 좌고우면하는 아베 장관 본인을 겨냥하는 측면도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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