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흰 셔츠 입은 사람이 더 믿음직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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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공하는 남자의 옷차림
존 T. 몰로이 지음
이진 옮김, 황금가지

남편이나 남자 친구의 옷을 어떻게 골라주나요? 나름대로 기준이 있겠지만 주의할 점도 있답니다. 여자가 보는 패션 감각과 기업 중역들의 의상 기준은 영 엉뚱하게 다르기 때문이라네요.

남친이 믿음직한 인상을 줘 턱 하니 취업하길 바라겠지만 회사 중역의 92%는 최신 유행의 옷을 차려입고 면접을 보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을 거랍니다. 아내는 남편을 최고 멋쟁이로 만들고 싶겠지만 조사에 답한 중역의 87%는 유행을 좇기에 급급한 차림새의 직원을 불러 지적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직관과 자신의 미적 감각만으로 옷을 골라 줄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의상연출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미국 최초의 이미지 컨설턴트가 쓴 이 책은 바로 그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탁상이론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하기에 설득력이 강합니다. 각각 흰색 셔츠와 다른 색 셔츠를 입은 사람의 사진 두 장을 보여주며 어느 쪽이 지각을 자주 할 것 같은지, 점심시간을 길게 끌지, 접대비를 속일지 등 도덕적 인상을 물었습니다. 106명의 중역 중 87명이 흰 셔츠를 입은 사람이 도덕성이 높을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흰 셔츠가 좋은 인상을 준다는 거죠.

양복 정장에 흰 양말, 검은 구두 차림을 하거나 붉은 넥타이를 맨 채 상가에 가지 않는 것은 우리도 기본이지요. 지은이는 어떤 넥타이가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하는지, 나비 넥타이가 어울리는 직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지위와 상황에 맞는 차림새를 세세하게 일러줍니다.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적이고 고급스럽게 입어라"며 '취업문을 열어 주는 옷'에 한 장을 할애했습니다.

이 책의 사례는 미국 기준이지만 양복이 남성들의 보편적 차림이 된 우리도 이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첫인상을 포함한 이미지가 우리의 사회생활을 좌우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어떤 옷을 어떻게 입었느냐가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중상류층 차림과 중하류층 차림의 남자가 각각 빌딩의 회전문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양보를 받는지 실험했답니다. 결과는 잘 차려입은 사람이 세 배나 더 양보를 받더랍니다.

삶의 기본 요건을 꼽을 때 의식주라고 입성을 먼저 챙기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속담도 있잖습니까. 직장 회식, 동창회 등 모임이 잦은 연말을 맞아 남편에게 이런 걸 제대로 챙겨주면 훌륭한 내조도 될 겁니다.

최소한 아내가 이런 책을 챙겨 읽는 걸 본 남편이 '아, 날 위해 이렇게 고심하는구나'하고 감격해서 열심히 일하는 덕에 성공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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