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한 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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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조석으로 넣어주는 신문을 받아보며 내용이 중복되는 것도 많고 한 개는 끊고 월간지나 하나 사서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배달소년이 왔다. 구독료를 준뒤 다음달부터 넣지 말라고 이르자 언제나 그랬듯이 무료지를 두달 넣어줄테니 얼마간만 보아 달라고 간청을 하는 것이었다. 이사를 하기 때문에 신문을 더 이상 볼수 없다고 핑계를 대려는데 거스름돈을 세어주던 소년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진다 싶더니 자기주머니를 샅샅이 뒤져보고는 남아있는 잔돈을 세어보기를 거듭하고 있었다.
『너 왜 그러니?』하고 묻자 그애는 『동전이오, 5백원짜리 동전하나가 없어졌어요』하더니 신문 뭉치를 가게의 소퍼 위에 던져 놓고는 쏜살같이 오던 길을 되돌아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그 애가 열어 젖혀놓은 가게문으로 흘러 들어오는 옆집의 전자오락실에서 들리는 뿅뿅거리는 괴음이 오늘따라 크게 들린다고 생각되는 것은 웬일일까 허탕을 치고 어깨를 늘어뜨리고 돌아오는 소년이 오늘따라 작게 보임은 또한 왜일까.
『신문이오』하는 외침과 그 작은 걸음으로 몇보를 걸어야 5백원이란 이익금이 소년의 수고료로 지급되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계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래의 아이들이 뿅뿅의 리듬을 타고 주머니속의 동전을 망설임없이 꺼내버리는 이때에 소년은 잃어버린 한잎, 동전 때문에 지금 가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할수 있었던 일은 한잔의 우유와 2천7백원에 대한 가계부의 지출을 계속하는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것마저도 미안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 작은 성의에 몇 번이고 인사를 한뒤 다음 집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난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줄 것을 염원해 본다. <서울 강동구 천호2동423의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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