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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학 시야가 넓어져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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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4일부터 동경에서 열리는 국제 펜대회는 그 주제를 「핵 시대에 있어서의 문학」으로 정하고 있고 부제로 「우리는 왜 써야하나」를 내세워 세계 각국의 문인들이 토론을 벌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에 의한 전쟁억지라는 세계적 역관계에서 생겨나는 위기현상을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러한때 문인들은 어떠한 글을 왜 써야하는가를 함께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한국의 문인들이 펜 대회에서 어떤 견해를 밝히게 될지는 알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핵이라는 상황이 추는 세계적인 의식에 맞닿을만한, 또 그러한 의식에 기초한 작품이 우리나라에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문인들이 과연 얼마만큼 넓은 시야를 가지고 문학에 임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시인 강우식씨는 『문인은 지금의 시대를 분석하고 다가올 시대를 예견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말하면서 세계적인 변화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민감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특히 젊은 시인이나 작가들에게 그러한 짐이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강씨의 이같은 말은 우리문학의 폭을 넓혀 보자는 것과 통한다.
지금의 우리문학은 그 건전성애도 불구하고 소재의 폭이 좁은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우리문학은 6·25를 다루는 것, 민중문제, 내면적 문제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물론 우리의 현실에서 중요하다. 우리의 시대상황에서 6·25는 어떻게 해서든지 정리되어야할 문제이며 민중문제에 가서는 더 더욱 중요하다.
민중문제는 모두에게 피부에 닿는 고통이며 70년대에 작가들은 많은 작품을 통해 그것을 드러냈고 지금도 그 심각성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보다 훌륭한 작품이 나와야한다는 것이 하나의 큰 숙제로 되어있기도 하다.
그래서 6·25라든가 이산문제, 민중문제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진 작가의 필요성은 강조된다. 작가 김원일씨는 『경험이나 작가적 관심으로나 나는 6·25를 나름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는 이것을 다루는 작품을 써나가겠다』 고 말하고 있다.
또 많은 문인들이 민중적 시각에서 그들의 문학을 전개해 나길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학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문학 전체가 특정의 주제에 편향되는 것은 우리문학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엘빈·토플러」가 말하는 바의 「제3의 물결」이 밀려오면서 사회전반, 의식전반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산업화의 성숙에 따라 많은 사회적·인간적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사회의 붕괴, 육체근로자와의 관계에 의한 노사문제, 핵가족화에 의한 전통적 생활양식의 변화등 60∼70년대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고도로 산업화한 사회에서 화이트칼러 노동자들의 고뇌, 비인간화와 본격적인 소외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전통적 의식과는 전혀 달라진 농민들이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공해문제도 심각하게 의식되고 있다. 또 세계적인 문제로서 제3세계적인 인식과 그에 따른 정치적·문화적 교류와 접근이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모든 문제에 대해서 또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서 문인들이 민감한 대응을 해나갈 때 우리문학의 폭이 넓어지게 될 것이다.
문학평론가들은 최근 들어 문학형식의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일부 젊은 작가·시인들에게서 이러한 노력을 찾아내고 있다.
새로운 형식속에 담아내려고 하는 새로운 소재의 편린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
한 평론가는 이들 젊은 문인들이 사회과학에 관한 많은 서적을 읽은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적인 축적과 문학이 병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이 돼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는 것.
우리문학은 지금 괴도기적 상황에 있다. 우리 역사과정속에 민족적 문제와 함께 세계화가 날로 가속되는 상황속에 세계적인 변화에 시시각각으로 따라가는 우리사회의 변화애도 대응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가져야하는 세계문학의 한부분으로의 확대도 필요해진 것이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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