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의 걷다보면]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 행복의 크기는 다양하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거나 신경 쓰지 않았을 작은 것이 크게 다가오는 곳이 카미노다.

자판기 커피의 양이 생각보다 많을 때,
늦게 말린 빨래가 금방 말랐을 때,
기다리지 않고 바로 샤워할 수 있을 때,
갈증이 난 순간 누군가 오렌지 한쪽을 떼어줄 때.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는 내 모습이 나조차 낯설지만, 정말 행복한 순간들이다.

오후 6시가 넘어 몇몇 순례자들이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하지만 숙소는 이미 가득 찬 상태였고, 다시 길을 나서기에도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건물 밖에 임시로 놓은 침대를 얻은 그녀. 그것만으로도 행복해한다.

행복의 크기는 참 다양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