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좋은 뜻과 어색한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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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청소년의 달을 맞아 대규모 학생축제를 벌이기로 한 것은 청소년 대책과 관련, 여러모로 관심을 끌게 한다.
이 계획은 오는 5월12일 서울시내 남녀고교생 1만2천명을 잠실체육관에 모아 4백62개 중·고교의 교장을 초청한 가운데 잔치를 갖고, 흥이 나면 무대에서 사제 등이 한데 어울려 디스코와 에어로빅댄스 등을 마음껏 추도록 짜여져 있다.
시교위는 이같은 행사를 마련한 이유를 「청소년의 달」을 맞아 평소 학업에만 열중해온 10대 학생들의 욕구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양을 마련키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장들 자신이 학생들과 어울려 디스코 춤을 춤으로써 청소년문제의 실체에 접하도록 하고 디스코라고 하면 탈선의 시작쯤으로 여기는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이 행사를 벌이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교육적인 배려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긴 사회의 급속한 변화·발전에 따라 세대간 의식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는 것은 옛날 식이고 요즘 와서는 10년, 5년 단위로 세대의 차이를 느끼고 있다.
이런 형편에서 제자들, 또는 자녀들의 의식세계가 어떤 것이며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식의 사고를 하고 있는지 헤아리기는 지극히 어려워진다.
청소년들은 디스코 춤을 일상의 일부로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를 탈선의 시작이라 해서 매도하거나 백안시한다면 기성세대와 청소년의 이해의 폭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자라나는 세대들의 비뚤어진 가치관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기는 해도 자신들의 고정관념에 맞추도록 강요하려든다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은 뻔하다.
시교위가 학생축제를 통해 사제가 어울려 춤을 출 수 있도록 광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기성세대의 고정관념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어느 만큼 메워줄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디스코 춤은 지금 청소년들을 지배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일부분이다. 이 엄연한 현실을 현실로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청소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실마리를 찾아보자는게 이번 계획의 긍정적인 측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목적이나 취지가 좋아도 방법이 문제다. 매머드축제를 갖고 청소년들의 욕구를 발산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이번 행사만 해도 「돌발적」인데다 너무 서두르지 않나 하는 인상을 준다.
물론 디스코 춤은 행사의 일부에 불과하다. 국악예술학교 학생들의 국악연주도 있고 「사물놀이」도 펼쳐지게 된다. 행사의 레퍼터리는 제쳐 두고라도 50대의 교장들과 10대중·고생들이 어울려 디스코를 춘다는 것은 한마디로 충격적인 장면일게 분명하다.
설혹 교육적으로 득이 된다는 판단이 선다해도 학급단위, 또는 학교단위의 실험을 거친 뒤 규모를 늘리는 것이 보다 온당하고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공개리에 사제가 디스코를 춘다는 것은 문화적 충격임에 틀림없다. 행사의 파장이나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뜻도 된다. 때문에 규모나 방법 등을 놓고 미리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따르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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