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줄기세포 재검증 차분히 지켜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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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당초 난자 제공 윤리 문제에서 시작된 이번 파문은 MBC PD수첩의 취재 과정에 대한 윤리 파문으로 번지다가 결국 줄기세포 진위 논란으로 이어졌다. 갈피를 잡기 힘든 만큼 의혹과 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우리는 황 교수팀이 난치병 치료를 향한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최선두에 서줄 것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DNA 지문 조사에서 아리송한 결과가 나오고 PD수첩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줄기세포 사진 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서울대 일부 교수와 사이언스까지 재검증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더 이상 의혹을 방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재검증은 없다.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받겠다"던 황 교수팀은 결국 정면 돌파의 승부수를 던졌다. 재검증이라는, 어렵지만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

이제 공은 재검증 주체인 서울대로 넘어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비롯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재검증을 통해 한 점 의혹도 남김 없이 풀어야 한다. 더 이상 줄기세포가 폭로나 기자회견의 타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투명하고 철저한, 그리고 마지막 검증이 돼야 할 것이다. 환자맞춤형 배아 줄기세포가 과연 있는지, 잘못된 줄기세포 사진이 의도적인 조작인지 아니면 단순한 실수인지 확실하게 밝혀내야 한다.

배아 줄기세포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 이념 논쟁의 대상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줄기세포 재검증은 전문적인 과학자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 재검증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 이제 조용히 참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번 파문을 통해 한국 과학의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