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3대 체신가족"|북제주군 금령우체국집배원 한석흥씨 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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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할아버지가 걸어서 편지를 전하던 길을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누볐고 손자는 오토바이로 달린다.
한통의 편지, 한장의 전보를 전하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쉼없이 매일 80리길을 달려온 3대 44년. 할아버지의 성실을 아버지가 배우고 아버지의 긍지를 아들딸며느리 사위가 이어 한가족 17명이 모두 체신가족이됐다.
제주도 북제주군 금령우채국 집배원 한석흥씨(49·북제주군 구좌읍 동금령리 1311)일가가바로 뜻깊은 우정1백주년의 날 (22일)을 맞는 화제의 주인공들.
한씨 집안은 한씨의 아버지 병택씨 (사망) 가 1940년 북제주군 구좌우체국에 집배원으로 들어가 우편배달을 시작한것을 시발로 병택씨의 장남 석규씨 (사망) 아들 희섭씨 (38 제주우체국관리과) ,차남 석범씨 (사망) 의 아들 창홍씨 (36·제주우체국 전신기장) 와 딸 희옥씨 (33·금령우체국교환원), 계옥씨 (30, 금령우체국교환원), 창렬씨(23·제주우체국국제우편담당), 4남 석여씨 (48·금령우채국집배원)와 딸 필순씨 (23· 금령우체국 교환원), 병택씨의 외손자 고륜제씨(29·세화우체국행정서기), 장만철씨 (21·삼성우체국전신담당), 만근씨(19·제주우체국집배원)등 17이 현직에 몸담고 있어 전국최다· 최고 체신가족이다.
이들중 병택씨의 장남인 석규씨 자녀 가운데 희섭씨는 지난74년에 세화우체국교환으로근무하던 정백걸씨 (34)를 신부로 맞아 결혼후에도 1년간을 같은 직장에 다닌 체신부부.
또 희섭씨의 친동생 영섭씨 (36)는 서울성동우체국에서 2년간 근무하다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여동생 난옥씨(27)도 제주우체국에서 교환직에 6년간 근무하다 결혼했다.
병택씨의 차남인 석범씨 자녀들은 현직이 4명으로 가장많은데 희옥· 계옥씨 자매는 출가하고도 고향인 금령우체국에서 교환원으로 근무하고있다.
이들 체신가족의 1인당 월급은 최고35만원·최저12만원으로 줄잡아 20만원 안팎.
박봉에 어려움도 적지 않지만 할아버지가 몸소 실천한「성실과 봉사」를 가훈으로 이웃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보람으로 형제자매가 도우며 산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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