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시대의 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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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거기서 나라의 발전을 기약해 온 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되었다.
제17회「과학의 날」을 맞으면서 생각되는 것은 바로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래의 발전을 기약했던 이날의 의미가 얼마만큼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비록 형식적 행사에 그친 감이 있다 곤 하지만 이날의 행사를 통해 과학에 대한 국민의 초보적 인식을 높이고 과학의 생활화를 보급한다는 원초적 목표들은 상당히 달성되었다.
그런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이날이 원초적이고 계몽적인 역할로 보다는 나라의 과학정책과 우리 사회의 과학관리 면에서 건실한 발전의 실효를 증거 하는 계기로 나타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 향상과 기술혁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선진 공업화의 과제를 앞에 둔 우리로선 그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모든 면에서 미흡한 상황이다.
과학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인식이 표피적이고 상식적일 뿐 아니라 과학기술 입국의 정부 의지마저 다만 성급하고 단기적인 효과 전시에 치중하는 인상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과학의 생활화와 과학기술 발전에 장기적 포석으로서 불가결한 과학기술 교육의 체제 강화가 아직도 미흡하다는 사실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의 과학교육이 실험·실습 면에서 뒤떨어지고 인문 대 이공의 비율도 4대 6은 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이 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초이론의 연구가 충실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기초분야들을 조직적으로 통괄하는 학제적연구가 미흡하기 때문에 새로운 과학기술 발전의 기반조성이 어렵다.
어느 면에서 최신 첨단기술은 기본적으로 기초과학 분야의 충실화의 소산이다.
그 점을 무시하고 당장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기술만을 선호하고 다만 간단히 얻으려하는 태도는 올바른 과학정신일 수 없다.
현실의 효용과 이익은 중요한 것이로되 멀리 미래를 전망하는 거시적 안목은 더욱 필요하다.
그 미래 전망아래 나라의 과학기술 기자나 과학기술 인력의 수급, 연구용 기자재확보와 신기술 정보획득의 태세도 두루 갖추어질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의 과학기술 발전의욕은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의 과학기술부문 속에서 상당히 고조된 채 표현되고 있으며 그로 해서 적잖은 희망도 갖게 된다.
82년에 GNP의1·09%에 불과했던 과학기술 투자가 86년엔 2%로 증대하며 기술집약형 신 기업과 정보산업을 육성한다는 화려한 청사진이다.
그것은 물론 선진국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고 자금조달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일단 긍정하고 싶은 전향적 자세다.
또 그 계획이 인력수급에 유념했던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고급과학기술 인력은 다만 양성이나 유치로 확보하는데 그치는 것일 수 없다.
고급 과학기술 인력이 자기 분야에서 계속 정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인력관리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우수한 과학 기술 인이 계속 연구 정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만 나라의 전체적 과학기술 능력은 축적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에 대처해야할 과제 앞에서「과학의 날」의 의미는 새롭게 부각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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