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수영」초청" 에 북한측 딴전|남북체육회담 한국대표발언에 큰소리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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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측의 60세에 가까운 한 기자는 회담직전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에서 한국기자를 보자『오늘 아침 기분나쁜 일이 있었다. 좋은회담을 하면서 주위에 뿌려놓은 비라가 무엇입니까』라고 느닷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내용이 무엇이며 비라를 보여달라는 요구에『아시안게임서 우리들이 주심에게 나쁜행동을 했다는등 여러가지가 있다』면서『비라는 가지고 있지않다』고 딴전.
이 기자는 이어『우리민족은 우수하다. 유일팀을 구성하면 세계에서 1등은 못해도 2등은 할수있다』고 열변.
그러나 한국측 기자들이『지난81년 단일팀을 구성하자고 한국측에서 제의했을때 아무응답도 없다가 뒤늦게 이를 수락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힐난하자『과거문제는 따지지말라. 이제 시간은 문제가 안되고 양측입장만 잘 타협하면 얼마든지 유일팀을 구성할수 있다』고 궤변.
약8분간에 걸쳐 양측대표단이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환담을 끝낸뒤 우리측 김종규 수석대표가『우리측 입장을 지금부터 얘기하겠다』고 발언을 시작하자 북한측대표 박무성이 더 큰 목소리로 동시에 자기측입장을 발언하가시작, 회의가 양측얘기를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에 돌입했다.
○…회담장 주변에서 북한측기자는 한국기자들이『현재 서울에서 열리고있는 제8회아시아주니어농구선수권 대회에 중공이 출전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잘 알고 있다』고 대답.
평양신문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북한기자는 지난 3월 중공의 곤명에서 열린 테니스대회에 한국대표가 출전, 환대를 받은 사실을 알고있다고도 말했다. 여기자는『앞으로 서울에서 있을 국제대회에 북한측을 초대하면 출전하겠느냐』는 질문에『물론 가지요. 그러나 그에앞서 단일팀구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오9시58분께 박무성을 앞세우고 북한측대표 4명이 회의장에 들어서자 곧이어 한국측의 김종규·김종하·이종하·임태순씨등 우리측대표가 입장했다.
양측대표는 회의탁자를 가운데두고『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로 악수를 나누었다.
○…북한의 박무성은 그들 대표를 소개한뒤 한국의 이종하대표를 보며『이선생, 그동안 안녕하셨읍니까』고 인사를 했다.
박무성이『아침에 서울서 오시는 길입니까. 피곤하지요. 얼마나 걸립니까』라고 물었다.
김종규대표가『그쪽은 언제 떠났는가요』고 묻자 박무성은『어네 떠나서 개성에서 쉬고 아침에 나왔지요』라고 대답.
이어 김종규 대표가『김득준수석대표는 돌아오셨나요. 다음번 회담때는 꼭 나오시겠지요』라고 묻자 박무성은『그러문요, 단장인데요』라고 대답.
김종하대표가『요즘 서울에서는 아시아청소년농구대회가 열려 중공·일본등 여러나라가 참가하고 있읍니다. 북한은 아시아연맹회원이 아니어서 못나왔지만 이달말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는 꼭 나오시겠지요』라고 말하자 북한측대표들은 이 말을 못들은체 딴전을 피우기도.
이종하대표는 이 말을 받아『아시아수영대회에 초청장을 보냈는데 아직 대답이 없어요』라고 말했으며 북한측 대표들은『그런문제를 포괄적으로 토론하기위해 우리가 만난것이 아니냐』고 대답을 회피.
이어 김종하대표가『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 핸드볼선수권대회도 초청장을 보냈는데도 안왔다』고 말하자 박무성은 갑자기『김선생은 고향이 어디요』라고 엉뚱한 질문, 김대표는『내고향은 평북』이라고 대답, 양측회의대표를 비롯해 취재진까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회담장에는 우리측에서 취재기자와 사긴기자41명, 외신기자 34명등 모두 75명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판문점=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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