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사 거울삼아" 일본에 손 내민 리커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리커창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일본이 역사를 직시한다면 중·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16일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역사를 거울삼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以史爲鑑 面向未來)는 교훈이 양국 관계 개선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지난달 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홍콩청에서 라이오넬 바버 FT 편집인과 사전 질문지 없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바버 편집인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회견을 들어 일본 지도자들은 일·중 관계가 이미 개선됐다고 말한다”며 “일본 정부가 준비 중인 2차대전 종전 70주년 담화로 양국 관계에 다시 문제가 불거질 것인가”라고 물었다. 리 총리는 “중·일 관계는 여전히 어려운 시기에 있다”고 전제한 뒤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일본이 2차대전 시기의 역사를 직시하고 당시의 역사적 교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당신도 아마 일본에서 ‘전쟁은 70년 전에 끝났다. 모두 지난 세대의 일인데 중국은 왜 계속 이 문제를 붙들고 있느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라며 “중국이 놓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역사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류가 지난 70년 동안 세계대전을 겪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전쟁’의 교훈을 새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리 총리의 FT 인터뷰 발언은 지난 3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의 답변보다 발언 수위가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오는 9월 중국의 군사퍼레이드가 일본인의 대중 감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아사히신문 기자의 질문에 리 총리는 “올해는 중·일 관계의 시험대이자 기회”라며 “일본 지도자가 역사를 바로 본다면, 그리고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중·일 관계의 개선과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당시에도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전 세대가 창조한 성취를 계승하는 것은 물론 그 죄와 역사적 책임도 마땅히 짊어져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중국이 지난해 외교 정책을 온건하게 ‘리셋’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 분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가 15일 발표한 ‘중국의 외교 정책 리셋 해설’이란 보고서를 통해서다. 리 총리의 대일 유화 발언도 이 같은 ‘정책 리셋’ 맥락에서 나왔다는 논리다. 프랑수아 고드몽 박사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일본을 장기적인 경쟁 상대로 남겨놨다”며 “대신 중국은 경제 레버리지에 초점을 맞춰 주변국과 윈-윈 전략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초 안전부(한국의 국가정보원 격) 산하의 연구기관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정책 좌담회를 갖고 최근 수년간 이어온 갈등 유발 행동 대신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에 경제적으로 접근한다는 새로운 컨센서스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 우선론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일본을 창립회원국으로 참여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수석부총재 자리와 이사직을 제안했다”는 지난 14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는 “올 1월 일본의 비자 완화 정책으로 최근 중국인의 일본 여행이 급증했다”며 “중·일 관계의 변화 추이를 주목하지 않으면 한·중·일 외교에서 한국만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