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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남사스럽다' '남세스럽다'는 모두 표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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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살다 보면 남사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저지른 실수나 잘못 때문에 남사스러움을 당하기도 하고 또 남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남사스럽기도 하다. 국가적인 안전 불감증에 따른 대형 사고나 속속 드러나는 부정부패에 이르러서는 나라가 남사스럽기도 하다.

 이처럼 남에게 놀림과 비웃음을 받을 듯한 일이 적지 않다 보니 ‘남사스럽다’는 말을 사용할 일이 많다. 한데 인터넷이나 우리말 책의 자료를 보면 ‘남사스럽다’는 잘못된 말이라고 나오는 곳이 꽤 있다. 과거 ‘우리말바루기’에서도 ‘남사스럽다’는 틀린 말이므로 ‘남세스럽다’로 적어야 한다고 다룬 적이 있다.

 그러나 혹 이런 자료를 보더라도 신경 쓸 것 없다. 예전에는 표준국어대사전 이 ‘남세스럽다’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남사스럽다’는 잘못된 말로 취급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이 ‘남사스럽다’도 표준어로 인정함으로써 지금은 ‘남사스럽다’를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왜 일반인들이 잘 쓰지도 않고 의미도 제대로 다가오지 않는 ‘남세스럽다’가 표준어였을까. 남에게 비웃음과 놀림을 받게 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우세’ 또는 ‘남우세’라는 낱말이 예전부터 사용돼 왔다. 여기에 그러한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스럽다’가 붙어 ‘우세스럽다’ 또는 ‘남우세스럽다’는 말도 함께 쓰였다. ‘남우세’와 ‘남우세스럽다’는 다시 각각 줄어들어 ‘남세’와 ‘남세스럽다’가 됐다. 2011년 8월 이전에는 여기까지가 표준어로 인정됐다.

 그러다 ‘남세스럽다’가 점점 발음이 변하면서 ‘남사스럽다’가 됐고 대부분 사람이 이렇게 말하다 보니 ‘남세스럽다’가 오히려 어색하게 다가오게 된 것이다. 국립국어원도 이러한 변화를 인정해 2011년 ‘남사스럽다’를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게 됐다. 따라서 ‘우세스럽다’ ‘남우세스럽다’ ‘남세스럽다’ ‘남사스럽다’는 모두 표준어다. 그렇다면 ‘남사시럽다’ ‘넘사시럽다’는? 경상도 사투리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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