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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프리뷰] 따뜻해진 연주, 이 또한 정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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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서울에서 2년 만에 독주회를 연다. 베토벤 소나타 세 곡, 포레·그리그의 소나타를 들려준다. [사진 J&C코퍼레이션]

편안하려고 음악을 들을 때가 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음악을 고를 때도 있다.

 이때 피해야할 음악이 정경화의 옛날 음반이다. 1970년 차이콥스키 협주곡 음반을 보자. 앙드레 프레빈, 런던 심포니와 녹음한 음반이다. 정경화의 바이올린은 도무지 양보가 없다. 팽팽하고, 날 서 있고, 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대로 음악을 끝까지 밀고 간다. 그런데 도무지 반대 의견을 낼 수가 없다. 연주는 정확하고, 음악 전체가 정경화의 몸에 제대로 붙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힐링’보다는 ‘긴장’에 가까운데도, 이 느낌은 중독적이다.

 이 매력이 정경화의 젊은 날에 날개를 달았다. 19세이던 67년 미국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미국·유럽 무대의 핫 아이콘이 됐다. 차이콥스키·시벨리우스·브루흐·멘델스존을 정경화 연주로 듣고 나면 다른 바이올리니스트 해석은 영 싱거웠다.

 2005년에도 정경화는 다가가기 힘든 명성의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해 9월 무대에 올라와 “손가락 부상으로 오늘 연주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하고 사과하기 전까지는.

 정경화는 그렇게 6년간 연주를 멈췄다. 재기는 2011년 전국 투어 독주회로 시작했다. 2013년엔 한·중·일 15개 도시의 아시아 투어 연주를 열었다. 지난해엔 영국에서 컴백 무대에 섰다.

 정경화는 달라졌다. “그때 왜 그렇게 완벽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음표 하나 틀리면 내 인생은 끝나는 줄 알았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05년부터 5년간 마음의 지옥까지 내려갔다 왔다. 첫째 언니, 가장 가깝던 음반 프로듀서, 어머니까지 떠나보냈다. 그 중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이렇구나. 완벽이란 없구나’.”

 그래서 무대 위의 정경화 음악도 이제 다르다. 넉넉하고 푸근하기까지 하다. 베일 것 같은 날카로움은 이제 없는데, 희한하다. 그래도 아직 정경화다. 질감만 달라졌을 뿐, 음악의 메시지가 마음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이제 그의 음악은 힐링이 된다. 정경화 독주회 ‘불멸의 바이올린’은 28·30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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