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고공강타 '루니를 기억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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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 숀 루니(23.사진)가 예사롭지 않다.

3일 개막한 2005~2006 프로배구에서 두 게임을 치른 결과 루니의 파괴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2m6cm의 장신 레프트로 특히 상대 블로킹 위에서 꽂아 대는 고공강타가 일품이었다.

루니는 3일 한국전력과의 마산 개막전에서 15득점을 했다. 13점은 공격 포인트였고, 2점은 블로킹 점수였다. 4일 상무 전에서는 두 세트만 뛰고도 손쉽게 13득점(공격 9점, 블로킹 4점) 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공격 성공률이다. 1차전 52%(25개 중 13개)에서 2차전은 82%(11개 중 9개)로 치솟았다. 통상 주포(레프트)의 공격 성공률이 50%대면 안정적, 60%가 넘으면 "아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비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공격 성공률이 높은 것은 파괴력이 크다는 것뿐 아니라 범실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루니는 두 경기에서 각각 1개의 범실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같은 날 한전과 경기를 한 삼성화재의 주포 이형두가 8개의 범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공정배 한전 감독은 "블로킹 위에서 공격을 하기 때문에 우리 팀 센터진이 막기에는 힘이 부쳤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공격 루트가 단조롭다는 지적이 따른다. 공 감독은 "한전.상무는 블로킹 벽이 낮으니까 루니가 마음껏 공격했지만 상대가 삼성화재나 LG화재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격 방향이 직선 강타 위주여서 삼성화재의 신선호.김상우, LG화재 방신봉.하현용의 그물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도 "사실 그 점이 루니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인정했다. 김 감독은 "팀을 위해서는 다양한 공격 기술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 친구(루니)가 미국 대표선수라 가르치기가 좀 찜찜하다"는 설명이었다. 대표팀 경기에서 한국과 맞상대할 선수를 키우는 꼴이니까.

"그래도 어떡합니까. 우승하려면 이 친구에게 틀어 때리고, 대각선으로 때리고 하는 것들도 가르쳐야지…."

우승후보인 현대캐피탈.삼성화재와 개막 이후 연전을 치른 한전 공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높이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줬다. "기존의 높이에다 레프트가 보강되고, 조직력까지 갖춰 삼성보다 근소하게 앞서는 것 같다"는 진단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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