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우린 노래만 해" "난 다른 것도 해" 근데 둘 다 잘~나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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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2집 발매 뒤 주 1회꼴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각종 조인트 콘서트 및 게스트 출연까지 포함하면 라이브 무대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음반도 40만 장(음악산업협회 10월 말 집계 기준) 넘게 팔아 올해 최고기록을 세웠다. 대신 지상파 오락 프로그램 출연은 한손으로 꼽는 정도다.

6월 말 3집 발매 뒤 지상파 각종 오락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지난 4일만 보더라도 SBS '일요일이 좋다'의 'X맨', KBS '해피 선데이'의 '날아라 슛돌이'등에 겹치기로 출연했다. 하루 5개 이상 프로그램에 등장한 적도 여러 번. 하지만 단독 콘서트는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 그럼에도 음반 판매량은 20만 장을 넘겨 2~3위를 달린다.

#"오락 프로그램은 나의 힘"=김종국은 "연예계에서 '새우깡'같은 장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방송 활동을 통한 '딴따라질'이 필수"라고 말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방송 녹화에 운동까지 마치면 하루 일과는 보통 오전 3시나 돼야 끝난다. 평균 수면 5시간. 제때 끼니를 챙기기도 어렵다.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본 지 7~8년은 됐다. 어쩌다 쉬는 날에도 '방콕' 신세다. 가수로 데뷔한 지 꼭 10년. 이젠 평범한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는 스타다.

[사진=안성식 기자]

"예전엔 방송이나 가수 활동을 일이라고 생각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지금은 연예인의 일상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죠. 하지만 인기를 의식하지 않으려 애써요. 언제든 식을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연예인이 아닌 가수로서는 안타까울 때도 있다. 지난해 말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지만 바쁜 스케줄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못했다. 관객에게 미안해 견딜 수 없었다.

"이번에도 엄청난 개런티를 주겠다며 단독 콘서트를 열자고 제안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아 또 비슷한 결과가 나올까봐 마다했죠."

그는 지금 짬짬이 4집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 중반께 군입대 전에 공백기 없이 가능한 모든 걸 해놓고 싶어서다. "앨범도 하나 내고, 단독 콘서트도 한번 제대로 준비하고 싶어요."

#"우리 자리는 무대"=사실 SG워너비도 김종국처럼 SBS 'X맨'코너에 등장할 뻔했다. 그러나 스스로 방송 출연을 마다했다.

"우린 음악인으로밖에 살 수 없는 외형을 갖고 태어났잖아요.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오히려 앨범이 덜 팔릴지도 몰라요. 무대에선 '여기가 내 자리'란 느낌이 들지만, 카메라나 일반 대중 앞에 서면 아직도 어색해요."(채동하)

대신 이들은 잦은 콘서트와 앨범 발매, 케이블채널 음악 프로그램과 뮤직비디오로 대중에게 소식을 알렸다. 2집을 내고 반 년 만에 리메이크 앨범을 하나 더 발매했으니 만만한 스케줄이 아니다. 게다가 넉 달 뒤엔 3집 앨범을 낼 계획이다.

"늘 우리 노래가 들리니 식상해 하실까봐 걱정되기도 해요. 그래서 음반이건 공연이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애써요."(김진호)

SG워너비는 요즘도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알아보는 사람은 늘었지만 '오빠~'하며 달려드는 팬은 드물다. "며칠 전 은행에 갔는데 입구에서 휴대전화를 팔던 분들이 'SG워너비인가봐'라며 수군대더니 우리 음악을 크게 틀더군요"(김용준). 열렬한 팬은 없어도 은근히 좋아해 주는 팬은 많다는 것이다.

"오락 프로에 나가는 가수들은 일정이 새벽에 끝나곤 하니까 다음날 라이브를 소화하도록 컨디션을 조절하기 힘들 거예요. 우리는 아무리 늦어도 자정 전에는 끝나거든요.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른 거죠."(김용준)

# 방송파 vs 콘서트파=가수들은 지금껏 김종국처럼 '방송파'로 활동하는 게 대세였다. 라이브 이미지가 강한 윤도현조차 4월 말 첫 솔로 앨범을 낸 뒤 오락 프로그램에 30번이나 출연했다. 앨범 판매 실적은 콘서트로만 활동하던 밴드 시절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10대 팬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동방신기도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20~40대 팬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보아.휘성.거미.MTOM 등 오락 프로그램에 거의 출연하지 않고도 가수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지상파 순위보다 통화연결음.스트리밍 순위가 중요해지는 등 음악 시장의 주도권이 인터넷 등으로 넘어가는 추세"라며 "방송 홍보의 가치는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파와 콘서트파의 대표주자인 김종국.SG워너비는 결국 한 무대에서 만난다. 바이브.MTOM과 함께 25일 오후 3시, 7시30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여는 '빅4 콘서트-크리스마스 인 마이 드림'에서다(02-512-0456). 콘서트용 노래 두 곡도 새로 만들어 온라인에 먼저 공개했다. 김종국과 SG워너비의 목소리가 절묘하게 섞여 환상적인 화음을 만들어낸다.

김종국은 "콘서트 경험이 많은 후배와 함께하는 거라 처음엔 약간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같이 노래해 보니 생각보다 잘 어울리고, 나와 비슷한 음색을 가진 친구는 없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글=이경희 <dungl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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