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두 강자, 엇갈린 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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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해운업계의 맞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해운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요즘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국내 1위 해운업체이자 세계 5위의 선사인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을 집중 발주하고 있는 반면 현대상선은 유조선 등 비(非)컨테이너선의 비중을 높이는 등 향후 해운시장을 보는 눈이 다르다. 두 회사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2~3년 후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벌써부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진해운의 전략은 투자의 대부분을 컨테이너선 확충에 쓴다는 것이다. 박정원 사장은 "몇 년 후 찾아올 또 다른 해운 호황에 대비하기 위해 2008년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컨테이너 선박을 대거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6월 이후 8000TEU( I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뜻함)급 선박 5척을 연이어 투입한 한진해운은 43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최근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다. 내년에도 동급 선박 4척도 추가 발주할 것을 검토중이고 2009년 인도받는 조건으로 95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도 발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9500TEU급은 국내 해운사가 지금까지 발주한 컨테이너선 중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선박이다. 여기다 한진해운은 이미 발주한 8척의 6500TEU급 선박도 내년 하반기부터 차례로 주요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의 관계자는 "보수적 경영성향이 짙은 한진그룹이 해운시장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컨테이너선 위주의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상선 5~7일까지 서울 본사에서 '2006년도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비컨테이너선 부문 확장 등을 골자로 한 내년 영업전략을 확정할 계획이다. 노정익 사장은 "우리 회사는 유조선·벌크선 등 여러 배를 적절하게 배치해 한 부문의 호황과 불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지난달 초대형유조선(VLCC) '유니버설 퀸'호를 중동~북미간 원유수송에 투입한 데 이어 오는 22일 같은 크기의 유조선 '유니버설 크라운'호를 인수받을 계획이다. 현대 상선은 2002년 말 구조조정 차원에서 자동차운송 사업부분 매각 이후 비컨테이너선 부분이 크게 위축됐으나, 2003년말 이후 대형 유조선 발주 등에 힘입어 현재 컨테이너선와 비컨테이너선의 비율을 6대4까지 맞췄다. 현대상선은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LPG 및 석유화학제품 수송 등 특수선 사업에는 신규로 진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최대 7척 정도의 선박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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