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의 주엔진 이상 증상...세계경제도 추락위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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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장의 주엔진이 이상 증상을 보였다. 해관총서는 “올 3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줄었다”고 13일 발표했다. 예상 밖의 급감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시장 예상치는 8.2% 증가였다. 수입은 국제 원유값 하락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감소했다. 전달인 2월엔 20% 가까이 감소했다. 한 달 전보다는 사정이 나아진 셈이다.

중국 교통은행 경제분석가인 리우주에즈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소비도 시원찮고 투자도 줄고 있는 데, 이제는 수출마저 예상보다 나쁘게 나왔다”고 말했다. 수출은 중국 경제에서 여전히 주엔진이다. 수출이 줄면 투자가 줄면서 성장률 낮아질 수 있다.

실제 AFP는 “경제분석가를 상대로 설문조사 해본 결과 중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이 6.9%에 그친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미국발 금융위기의 절정인 2009년 1분기(6.6%)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7.3%였다. 올해 전체 성장 전망도 밝은 편은 아니다. 세계은행(WB)은 이날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7.1%로 낮췄다. 지난 10월엔 7.2%로 예상했다.

중국 경제의 둔화 조짐은 글로벌 경제에도 좋지 않다. 마침 세계 경제 회복이 ‘가다 서다’를 되풀이하다 결국 속도를 잃고 추락할 위험이 커진다는 경고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함께 발표하는 ‘타이거지수’에 따른 분석이다. 타이거지수는 주요 20개국(G20)의 전반적인 성장세를 나타내는 종합성장지수와 실물경제지수·금융시장지수·신뢰지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세계경제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타이거 지수로 살펴본 1분기의 성적표는 좋지 않다. 종합성장지수의 경우 선진국은 개선됐지만 중국 등 신흥국이 뒷걸음질치며 효과는 상쇄됐다. 실물경제지수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크게 떨어졌다. 신흥국의 투자자 신뢰지수는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다. 브루킹스연구소 에스와 프라사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영국·인도 등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가진 세 나라를 빼면 단기 성장 전망이 고무적인 나라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FT는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 등으로 유럽과 일본의 가계 소비가 늘어나면서 선진국의 성장세가 개선됐지만 이미 취약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3월 신규 일자리수가 급감하는 등 나빠진 고용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프라사드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세계 경제를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미국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공공 투자에서 내수로 균형 회복을 시도하는 성장 모멘텀 약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락과 정정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자본 유출이 일어나며 취약한 신흥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Fed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늦출 것으로 보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날 투자 노트를 통해 “Fed가 올 연말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애초 예상인 올 6월도 아니고 최근 급부상한 내년 인상도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미국 실물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기준금리는 서서히 인상돼 내년 연말엔 1.5%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준금리는 0~0.25%다. Fed가 매번 0.25%포인트씩 올리면 내년 한해 동안 5~6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는 얘기다. 상당히 빠른 발걸음이다.

강남규·하현옥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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